악화일로 걷는 남북관계…증오 대신 평화 위한 목소리 절실

(가톨릭신문)

북한이 러시아와 조약을 체결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1만여 명을 파병했고,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 가능성을 열어 놓으면서 남북 대리전 위험성도 제기되고 있다. 


‘힘에 의한 평화’라는 정부의 강경 대북 정책은 흔들림이 없었고 북한도 핵·미사일 고도화에 매진하며 “핵무력 강화 노선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힘’만 남고 ‘평화’가 실종된 상태에서 종교인들은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평화’의 의미와 그 가르침을 다시금 되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주교회의 민족화해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 김주영(시몬) 주교를 비롯해 조환길(타대오)·옥현진(시몬)·정순택(베드로) 대주교, 손희송(베네딕토) 주교, 박현동(블라시오) 아빠스는 11월 5일 ‘한반도 긴장 고조에 대한 한국천주교회의 호소문’을 통해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믿는 교회는 결코 희망을 잃지 않는다”며 “정치 지도자들이 평화적인 방법을 선택하도록 우리 모두 촉구하자”고 밝혔다.


현재의 남북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베드로) 교수는 “남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설정하면서 도로, 철도 등 연락망이 모두 단절됐고 서로를 향한 비방의 강도 높아지고 있다”며 “과거에는 위기가 있어도 서로간 최소한의 소통 채널이 유지됐지만 연결고리가 완전히 끊긴 현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고 말했다. 


주교단이 호소문을 통해 군사적 긴장에 대한 우려를 표한 가운데 임 교수는 “한미 동맹과 한미일 공조체계가 강화되면서 북한을 견제할 수 있는 힘의 균형이 맞춰져 있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전쟁의 가능성은 억눌려 있다고 보지만, 힘의 균형이 깨진다면 위험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현재의 충돌은 재래식 무기가 아닌 핵무기 충돌로 번질 수 있기 때문에 긴장감을 놓기 어렵다.


주교들은 호소문에서 “바싹 마른 들판에서는 작은 불씨 하나도 큰 불길로 번질 수 있다”며 “국가의 첫 번째 임무는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기에 지도자들은 전쟁의 참극이 일으키는 고통을 바로 자기 자신의 일로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돼 남한과 북한, 미국의 관계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임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대화를 시도하려 노력할 것이고, 이때 중요한 것은 핵문제 해결을 어떤 수준에서 조정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 강주석(베드로) 신부는 “남북한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평화를 위한 교회의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모아져 주교님들이 간절한 마음으로 호소문을 내신 것”이라며 “그만큼 지금 남북 관계가 큰 위기라는 것을 인식하고 신앙인들은 희망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기도하고 평화를 기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