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륜만큼 깊어진 신앙으로 ‘인생 후배’ 위해 기도

(가톨릭신문)

“‘연세가 들면서 기력이 많이 떨어지신 친정엄마가 수술받고 잘 버티지 못하면 어떡하지’ 하고 얼마나 혼자 가슴 졸였는지 몰라요. 그런 저와 한마음이 돼서 간절하게 기도해 주신 본당 어르신들이 아니었더라면 저희 모녀는 힘을 얻지 못했을 거예요.”


인천교구 시흥 은행동본당(주임 김태영 요한 사도 신부) 신자 박성해(율리아·54) 씨는 이렇듯 노쇠한 어머니의 인공관절 수술을 앞두고 걱정을 떠안고 있었다. 두려움 앞에 의지할 곳이 필요했던 박 씨는 본당 노인대학 ‘예수성심 아카데미’(학장 박종석 클레멘스) 어르신들에게 기도 부탁을 했고, 중보기도의 위로로 버틸 힘을 얻었다. 수술을 무사히 마친 박 씨 모녀는 “기댈 수 있는 느티나무가 돼주신 어르신들 공로가 가장 컸다”는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렇듯 예수성심 아카데미 어르신들은 올해 10월부터 본당 신자들을 위한 기도 봉사를 하고 있다. 본당 이웃에게 위로의 거처가 돼주고자 기도 요청을 받아 기도해 주는 기도 봉사다. 사무실 앞에 놓인 접수함에 신자들이 기도 요청서를 넣으면, 매주 목요일 수업 전 봉사자들이 어르신들에게 사연을 소개한다. 그러면 어르신들은 신자 한 사람 한 사람의 기도 지향마다 한 달 정도씩 단체로 기도한다. 특별히 마음에 남은 지향에는 ‘기도 전담자’로 자원하는 어르신도 있다.


가정 성화, 선종 가족의 안식, 냉담 가족의 회심, 학업·사업·취업에 대한 일상적 지향도 많이 들어오지만 뇌종양이나 대장암, 공황장애 등 병고에서의 회복을 염원하는 간절한 지향도 많다. 학교 폭력으로 상처받은 아이, 입안의 건조증 때문에 물 없이는 성체를 못 모시는 가족 등 다양한 사연이 들어온다. 신점순(레나다·71) 어르신은 “이렇듯 어디서 이야기 꺼내기 힘든 사연을 떠안은 교우가 많음을 알기에 언제 어디서든 성호를 긋는다”며 묵주를 들어 보였다.


연로한 신자들이 무기력한 존재가 아니라 교회의 적극적인 일원임을 일깨워 주기 위한 기도 봉사는 어르신들이 가진 ‘공감’이라는 영적 보화를 빛내는 장이 된다. 인생의 황혼기, 자기 자신을 위한 기도보다 이웃들의 염원에 경청하는 사랑의 마음을 발휘할 기회가 된다.



박종석 학장은 “기도 신청자의 상황이 어떠할지, 어떤 기도가 필요할지 어르신들은 긴 설명이 없이도 이해하고 눈시울을 붉힌다”며 “경륜만큼 해를 거듭하며 깊어진 어르신들 신앙심에서 우리가 배울 것이 많다”고 말했다.


주임 김태영 신부는 “‘네가 홀로 외로워서 마음이 무너질 때,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라는 생활 성가 가사처럼 본당 어르신들은 신자들에게 희망의 징표가 되고 있고, 자신들 또한 여전히 쓸모 있는 존재임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프란치스코 교황의 2025년 정기 희년 선포 칙서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 14항을 언급하며 “노인들의 존재가 보물이며, 그분들의 삶의 경험들과 쌓아 온 지혜가 여전히 젊은 신자들에게 이해와 격려의 원천이 된다는 것을 기억하자”고 당부했다.


박주현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