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교들, 북한 땅 손에 잡힐 듯한 교동도에서 평화 기원

(가톨릭신문)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김주영 시몬 주교)는 ‘2025년 주교 현장 체험’을 4월 2일 북녘이 바라다보이는 강화 교동도 일대에서 진행했다.


이날 주교 현장 체험에는 김주영 주교 외에도 원주교구장 조규만(바실리오) 주교, 인천교구장 정신철(요한 세례자) 주교, 의정부교구장 손희송(베네딕토) 주교, 수원교구 총대리 문희종(요한 세례자) 주교 등 주교단과 주교회의 민화위 총무 정수용(이냐시오) 신부, 인천교구 민화위원장 전대희(바오로) 신부 등 각 교구 민화위 담당 사제와 수도자들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남북 분단의 아픔이 남아있는 교동도를 방문해 한반도 평화 실현을 위한 한국교회 역할과 과제를 되새겼다.


주교 현장 체험은 교동도 화해평화센터에서 센터장 강민아(마리 요한) 수녀로부터 민간인통제구역인 교동도의 지정학적 위치, 6·25전쟁 중 교동도에 황해도 연백군 주민들이 피난 오게 된 내력 등에 대해 설명 듣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어 주교들은 교동공소에 들러 성체조배를 한 뒤 고구저수지로 이동해 해안철책을 따라 1시간 정도 걸었다. 해안철책 너머로는 손에 잡힐 듯이 북한 땅이 보이지만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만 볼 뿐 철책 안으로는 들어갈 수 없었다.


이어 교동도 실향민들이 북녘 가장 가까운 곳에 세운 망향대에 올랐다. 주교단과 사제단 등 모든 참석자들은 먕향대에서 통일의 염원을 적은 메모지를 매달고 북녘을 바라보고 서서 남북 화해와 한반도 통일을 위해 기도를 바쳤다. ‘망향대 지킴이’ 가수 안도 씨는 통기타 반주로 ‘고향의 봄’과 ‘임진강’을 불러 박수를 받았다.


손희송 주교는 “어릴 적에 경기도 연천 접경지역에 살았지만 북한과 가까운 곳에는 오랜만에 왔다”며 “고향에 가고 싶어도 못 가시는 분들의 마음을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문희종 주교 역시 “교동도에 자리 잡은 실향민들이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대부분 돌아가셨는데 아무쪼록 한반도에 평화가 와서 북한에 있는 고향을 찾아갈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주교 현장 체험 참석자들은 교동도에 정착한 실향민들에 의해 6·25전쟁 시기부터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대룡시장을 찾아 황해도 고유 음식인 젓국갈비로 점심을 먹었다. 이어 다시 화해평화센터에서 황해도 연백 출신 실향민 최종대(요한 세례자·89·서울대교구 당산동본당) 씨와 차담했다. 


최종대 씨는 “6·25전쟁 중 잠깐 몸을 피한다는 생각으로 아버지, 큰형과 교동도로 나왔고 전쟁 중에는 밤시간을 이용해 고향집에 왕래하기도 했다”며 “1953년 휴전이 되고 나서는 교동도와 연백군 사이에 휴전선이 그어지면서 전혀 고향에 갈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고향에 두고 온 동생들의 생사도 알 수 없어 동생들 생각에 눈물이 난다”면서 “지금은 서울에 살면서도 교동도에 수시로 와서 고향 땅을 바라본다”고 울먹였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