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초 흑인 노예 출신 사제, 가경자 선포

(가톨릭평화신문)



미국 최초의 흑인 노예 출신 사제 아우구스투스 톨튼(Augustus Tolton, 1854~1897) 신부<사진>가 ‘가경자’로 선포됐다. 19세기 노예에서 사제가 된 흑인 사제가 가경자가 되어 시복 추진 대상에 오른 것은 미국 교회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1일 톨튼 신부와 관련한 교황청 시성성의 심사 자료 검토 후 그의 영웅적 덕행을 인정하고, 그를 가경자로 선포했다. ‘가히 공경할 만한 대상’이란 뜻의 가경자는 복자의 전 단계로, 앞으로 시복 추진 대상자로서 지역 교회의 존경을 받게 된다.

톨튼 신부는 11년간의 짧은 사제 생활 동안 당시 만연한 인종차별 속에도 백인과 흑인 신자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만드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1854년 미국 미주리주의 한 노예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사제가 되길 꿈꿨지만, 당시 미국 내 극심한 인종차별로 인해 신학교에서 강제 퇴학당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사제가 되고자 하는 꿈을 안고 1880년 로마로 건너간 그는 신학교 과정을 마치고 1886년 사제품을 받은 뒤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시카고교구 사제로 활동했다.

그는 사제가 된 뒤에도 백인들의 눈총을 받으며 여전히 차별을 겪었지만, 시카고 내 빈곤한 흑인들을 돕고, 그들을 위한 공동체 설립을 위한 기금을 마련했다. 1897년 열사병으로 인해 43세에 선종하기 전까지 인종 간 화합과 흑인 돕기에 사제로서 선구자적 역할을 했다.

시카고대교구는 2010년부터 톨튼 신부의 시복을 위한 청원을 추진했으며, 9년여 만에 가경자로 인정받는 기쁨을 누리게 됐다. 미국 교회는 톨튼 신부에 대한 삶을 더욱 널리 전하고, 복자의 반열에 오를 때까지 교회 노력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