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환경 파괴와 부족의 눈물 외면 말아야”

(가톨릭평화신문)
▲ 오늘날 매달 축구장 7000개 규모로 산림이 파괴되고 있는 아마존의 모습. 【CNS 자료 사진】



오는 10월에 개최되는 ‘아마존 지역을 위한 특별 주교 시노드’에서 다뤄질 의안집(Instrumentum Laboris) 내용이 공개됐다. 의안집은 무분별한 개발로 끊임없이 파괴되어 가는 아마존 지역 생태 환경에 대한 앞으로 교회의 노력과 관심을 촉구할 뿐만 아니라, 아마존 지역 가난한 부족민들의 울부짖음에 귀 기울일 것을 강조하고 있다. 기혼 사제 허용에 관한 검토도 열어두고 있어 주목된다.

주교 시노드 사무처는 그간 두 차례 사전 특별회의와 토론을 거쳐 의견을 수렴한 뒤 지난 5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승인을 얻은 45쪽짜리 의안집을 17일 발표했다. 의안집은 시노드 기간에 다룰 내용을 담은 문건으로 최종 문건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서다.

오는 10월 6~27일 바티칸에서 열리는 특별 주교 시노드의 주제는 ‘아마조니아 - 교회와 통합적 생태를 위한 새로운 길’. 이번 주교 시노드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아마존 열대우림이 처한 생태계 위기와 어려움을 겪는 원주민 복음화에 가톨릭교회가 시급히 대처해야 함을 느끼고 특별히 소집했다. 의안집을 통해 시노드에서 다뤄질 과제를 미리 살펴본다.

의안집은 세 주제로 나뉜다. 제1부 ‘아마존의 목소리’는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 지역의 중요성, 불법 벌목과 광산 개발, 강제 이주, 토지 파괴 등으로 풍요로운 생명의 원천인 아마존이 받는 위협에 대해 다루고 있다. 아마존 부족민들의 인권과 토착민의 권리에 관한 내용도 다루고 있다. 의안집은 “지금은 아마존의 목소리를 듣고 예언적이고 사마리아인다운 교회로 대응해야 하는 때”라고 표현하고 있다. 남미 대륙의 중심에 있는 아마존 지역은 브라질, 볼리비아, 페루, 에콰도르 등 9개국 나라를 아우르는 세계 최대 열대 우림으로, 지구 상의 물 20%를 생산하고 지구 생물 종의 3분의 1이 공존하는 곳이다.

제2부 ‘통합적 생태’에서는 오늘날 고통과 폭력의 장소로 점점 전락해가는 아마존 환경을 돌아보고, 마약 밀매와 인신매매, 노동착취 등 비극적인 현주소를 더욱 구체적으로 다룬다. 특히 의안집은 이 같은 범죄를 비롯해 무분별한 대규모 개발 사업에 힘없이 노출된 130여 개 아마존 부족민들의 현주소도 다루고 있다. 브라질이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아마존은 지난 5월에만 축구장 7000여 개 넓이의 열대 우림이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제3부는 ‘아마존 교회가 직면한 선교적 도전과 희망’을 다룬다. 특히 아마존은 사제 부족난이 심각해 사제 1명이 수천 명의 신자를 사목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덕성이 입증된 기혼 남성이란 뜻의 ‘비리 프로바티’(viri provati)들에게 사제 서품을 허용해야 하느냐 하는 문제도 의제로 올라와 있다. 의안집은 독신제가 ‘교회의 선물’임을 분명히 하면서도, 만약 기혼 남성이 사제가 되는 것이 허용된다면 가급적 해당 공동체에서 존중받는 어른이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아울러 여성 신자들의 사도직 역할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깊이 다루고 있다. 특히 의안집은 “복음은 모든 사람들, 특히 가난한 이들을 위한 치유의 원천이 돼야 한다”며 배제와 소외의 경직성을 극복하고, 토착민들의 고통에 귀를 기울일 것을 거듭 촉구하고 있다.

의안집을 통해 미리 본 특별 주교 시노드의 방향은 ‘아마존의 울부짖음을 경청하자’이다. 지난 2003~2017년 브라질에서만 1100여 명의 토착민이 아마존을 지키려다 목숨을 잃었다. 이들은 ‘아마존 순교자’들인 셈이다. 오늘날 각국의 정치ㆍ경제적 희생양으로 환경이 파괴되고, 토착민 인권이 파괴된 아마존의 울부짖음에 교회가 응답해야 한다는 것이 시노드 개최의 핵심 취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통합적 생태를 위한 새로운 길, 환경 보호를 위해 희생되고 있는 부족민 복음화를 향한 구체적이고도 새로운 대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어둠으로 얼룩져가는 아마존에 벌써 신앙의 빛이 조금씩 드리우고 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