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 독신제 저서 논란… 베네딕토 16세 “공저 안했다”

(가톨릭평화신문)



최근 사제 독신주의의 교리적 가치를 담은 책 「우리 마음의 깊은 곳에서부터」(From the Depths of Our Hearts)<사진>의 출간 소식이 알려지면서 유럽 교회 안팎이 떠들썩했다. 그런 가운데, 애초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던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그런 적이 없다”고 밝히며 논란을 일축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과 교황청 경신성사성 장관 로버트 사라 추기경의 공동 저서로 알려진 이 책은 “남편, 아버지로서의 의무와 사제로서의 소명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사제 독신주의에 관한 확고한 교리를 담아 1월 15일 프랑스어로 번역 출간됐다.

논란이 된 것은 유럽 언론들이 “세상으로부터 숨어 지내겠다”고 했던 전임 교황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목 방향에 공개적으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대립각을 부추기면서다. 출판물을 통해 현 교황에 반하는 전임 교황의 사상이 공개적으로 알려졌다며 보수 성향 언론들이 앞다퉈 없는 의미를 부여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1월 15일 자신의 개인비서인 게오르그 겐스바인 대주교를 통해 입장문을 내고, “사라 추기경이 저서를 준비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공동 저자로는 승인하지 않았으며 책 표지를 본 적도 없다”고 밝혔다. 언론들이 양산해내는 보도에 대해 사실상 “아니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그러면서 사라 추기경이 원한다면 책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짧은 글을 보냈다고 밝혔다.

‘사제, 독신주의 그리고 가톨릭의 위기’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그간 가톨릭교회가 지켜온 혼인하지 않는 사제에 관한 교리를 담고 있다. 논란이 되는 것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마존 지역 원주민들을 위해 기혼 남성의 사제품을 허용해야 하는 데 대해 고심하고 있는 시점에 나왔다는 점이다. 교황은 지난해 전 세계 주교단과 전문가들을 바티칸으로 초청해 아마존 특별 시노드를 개최하고, 이 같은 사안을 논의한 바 있다. 교황은 시노드에서 의결된 사안을 놓고 최종 문헌 승인을 앞두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다른 의견이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임 교황과의 대립이나 논란은 없음을 전한 것이다.

책을 집필한 사라 추기경은 이후 베네딕토 16세 교황을 만나 최근 일어난 논란에 관해 이야기 나눴으며, 언론들이 제기한 오해는 없었다고 전했다.

이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