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에 그을린 필리핀·호주… 구호 활동과 기도로 연대하는 교회

(가톨릭평화신문)
▲ 5개월째 대형 산불과 검은 연기로 뒤덮인 호주에서 소방관이 양떼를 대피시키고 있다. 【CNS】



화산 폭발과 대형 산불로 필리핀과 호주 주민들의 피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해당 지역 가톨릭교회가 인도주의 구호 활동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필리핀 가톨릭교회는 탈(Taal) 화산 활동이 장기화 국면에 이르자, 헌금 모금과 기도, 구호 활동으로 피해 주민을 돕고 있다. 필리핀 주교회의는 1월 13일 발표한 긴급 서한을 통해 신자들에게 “어려운 상황 속에서 자선 활동으로 결속을 다져달라”며 1월 18~19일 2차 헌금을 필리핀 화산 피해를 위해 쓰기로 결정했다. 또 1월 14일에는 지역 본당과 신자들이 대피소에 있는 주민들에게 구호품을 제공하고, 피해 복구가 빨리 이뤄지길 미사 중에 기도했다.

필리핀 성공회도 신자들에게 피난민들을 위한 물품과 지원을 호소하고 나선 상황이다. 바탕가스 내 각 지역에서도 사제들이 대피소 주민들을 위해 미사를 주례하며 안정을 되찾도록 사목적으로 돕고 있다.

1월 13일 촉발한 탈 화산 활동이 2주째 이어지며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다. 수도 마닐라에서 남쪽으로 70㎞ 떨어진 곳에 있는 탈 화산은 필리핀 내 24개 화산 가운데 두 번째로 활동적인 곳으로 꼽혀왔다. 1965년 강력한 폭발로 2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냈고, 1977년 다시 한 번 폭발을 일으켰다. 20여 년 만에 다시 활동을 시작한 탈 화산의 폭발로 반경 15㎞ 이내의 주민 약 50만 명이 긴급 대피했다.

인근 바탕가스에서만 3만 5000명 이상의 주민들이 집을 떠나 각지로 피신했으며, 대피소 500여 곳에 16만 명이 임시로 몸을 피한 상황이다. 필리핀 화산지진연구소는 1월 19일 위험 지역 내에서 하룻밤 사이에만 800회에 달하는 화산 지진이 발생하는 등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라면서 위험 수준 4단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15㎞ 상공으로 흩뿌려진 화산재는 인근 도시와 숲을 모조리 뒤덮어 온통 잿빛으로 바꿔놓았다. 인근 커피ㆍ파인애플 농장을 비롯해 호수에 서식하고 있는 어류들도 폐사했다.

필리핀 주교회의 의장 로물로 발레스 대주교는 “대피소 의료지원 등으로 가톨릭의 연대 의식을 표현하자”며 신자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화산 지역의 리파대교구장 길버트 가르세라 대주교도 자원 봉사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미사를 주례하며 모든 이가 안전할 수 있도록 기도하자고 당부했다.

한편, 호주는 5개월째 이어지는 대형 화재의 불길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8월에 시작한 산불은 지금까지 가옥 2000채를 불태우고, 30여 명의 사망자를 냈다. 무엇보다 야생동물 약 13억 마리가 화염에 숨지는 등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

이에 호주 주교단은 화재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공고히 하고, 피해 가족들을 위한 숙식 마련을 비롯해 지역사회 재건과 사목 지원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특별 헌금과 기부금도 계속 모금 중이다. 자원 봉사자들은 경작지와 삶의 터전을 잃은 농민들을 위해 소형 트럭에 음식과 생필품 등 구호 물품을 실어 나르고 있다.

호주 동부 시드니대교구와 서부 퍼스대교구 등 모든 교구가 일제히 산불 진화를 위한 기도를 봉헌하고, 특별 기금을 마련하는 데 힘쓰는 등 호주 가톨릭교회가 유례없는 자연재해와 생명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호주 주교회의 의장 마크 콜리지 대주교는 “우리에게 닥친 끝나지 않는 공포 속에서 사람들은 사라지고, 집과 마을이 파괴되었으며, 연기가 습지를 뒤덮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콜리지 대주교는 “화재로 고통받는 이들, 목숨을 잃은 이들을 위한 지속인 기도와 앞으로도 이러한 재난을 막기 위해 공동의 집을 위한 교회의 노력을 취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