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중국 외무장관 반세기만의 회동 “외교적 교류 증진할 것”

(가톨릭평화신문)

▲ 교황청 외무장관 폴 리차드 갤러거 대주교와 왕이 중국 외무부장.



바티칸과 중국이 외교적 교류를 지속하기로 깜짝 합의했다.

교황청 외무장관 폴 리차드 갤러거 대주교와 왕이 중국 외무부장은 14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안보회의 참석차 방문한 자리에서 따로 회동 시간을 갖고, 양국 교류를 더욱 증진키로 하는 데 합의했다. 양국 고위급 외교 관계자가 만난 것은 1951년 외교 관계 단절 이후 반세기만이다.

갤러거 대주교와 왕이 외무부장의 만남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해, 점차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2018년 9월 양국이 합의한 주교 서임권 협의안을 중국 인민과 가톨릭교회의 발전을 위해 더욱 증진하는 방향으로 이어가 향후 제도적인 차원의 대화까지 지속하자는 데에 재차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왕이 부장은 회담에서 “이번 회담은 지금까지 지속돼온 양국 간 교류의 연장선에 있으며, 미래 교류의 폭은 더 넓어질 것”이라며 “중국은 바티칸과의 상호 이해를 더욱 증진하고, 신뢰를 축적해 양측 간 적극적인 상호작용이 진전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황청도 곧바로 성명을 내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대화가 이뤄졌으며, 이는 양국 관계의 긍정적인 발전”이라고 밝혔다.

교황청 기관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도 2월 16일 자 1면 머리기사로 양국 관계자들의 회동 소식을 전하면서 양국이 국제사회 평화를 증진하기 위한 공조와 상호 문화 존중을 위한 대화, 인권과 관련한 내용을 나눴다고 보도했다. 중국 언론들도 이 소식을 바로 전했다.

바티칸과 중국은 2018년 9월 양국의 오랜 숙원이던 주교 서임권 문제에 대해 잠정 합의하면서 외교 관계에 청신호가 켜졌다. 그러나 주교 서임 절차에 관한 세부 내용이 공개된 적은 없다. 대신 바티칸에 제출되는 주교 후보자 명부에 정부가 동의권을 행사하고, 교황이 이를 승인(확인)하는 베트남식으로 결론지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그리스도교 통제는 아직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중국 당국에 허가를 받은 천주교 관변 조직인 ‘애국회’에 등록되지 않은 사제나 단체, 지하교회에 압력을 지속적으로 행사하고 있다. 아울러 중국 정부가 이달부터 당국의 승인 없이 자체적으로 종교 활동을 펼치는 지하교회 및 개신교 단체들을 더욱 적극 통제하는 행정 조치를 발효해 시행하고 있다.

더군다나 “종교 단체는 반드시 중국 공산당의 원칙과 정책을 전파해야 한다”고 규정한 이번 행정 조치에 따라, 중국 정부가 다시금 자국 내 천주교 단체를 철저히 예속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중국 신자들 사이에서 팽배한 상황이다.

실제 중국 내 사제와 신자들은 이번 코로나19 여파로 중국 정부가 천주교 단체들의 교회 활동을 전면 금지하고 있는데, 이 조치가 코로나19 사태를 틈탄 ‘물타기 제재’가 아니길 바라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번 만남이 성사된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극한의 어려움을 겪는 중국을 위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국제 사회에 기도와 관심을 요청하고, 최근 마스크 70만 개를 지원하는 등 고통에 먼저 손을 내밀었던 몸짓이 실마리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 언론들은 이번 회동으로 중국이 코로나19를 위한 협력, 미국과의 무역전쟁, 홍콩 시위,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 등과 같은 이슈를 주고받았을 것으로 내다봤다.

왕이 부장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중국에 대한 사랑과 축복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에 대해 감사를 전하면서 “중국은 바티칸이 전염병 퇴치를 위한 국제사회 협력을 촉구하는 데 바티칸이 건설적인 역할을 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전했다.

바티칸 발(發) 나눔의 손길로 피어난 희망이 중국 내 종교 자유와 평화로 안착될까? 갤러거 대주교와 왕이 부장의 이번 만남이 양국 외교 관계를 넘어 중국 내 천주교 신자들의 신앙생활에 어떠한 긍정적 영향을 미칠지 다시금 주목된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