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교회도 코로나 확산, 각국 사목 조치 이어져

(가톨릭평화신문)
 
▲ 코로나19 여파로 바티칸을 찾은 순례자들과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성 베드로 광장에 서 있다. 【CNS】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유럽 교회도 강타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는 이탈리아와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 교회들이 성당 문을 닫는 등 발 빠르게 사목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 동아시아 지역에 이어 유럽 교회도 ‘코로나19 비상’에 걸린 상황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동아시아 지역 교회를 덮친 뒤 중국과 한국, 홍콩, 싱가포르 등 각국 교회가 미사를 중단하고, 고해소를 닫는 등 취해온 일련의 예방 조치들을 유럽 교회도 똑같이 단행하고 있는 양상이다. 불과 1~2주 전만 해도 유럽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마스크 착용자가 유명 관광지를 중심으로 확연히 늘었다.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하는 유럽의 각 지역을 중심으로 가톨릭 학교들도 개학을 연기하는 등 예방책을 취하고 있다.

이탈리아 교회는 보건 당국의 예방 조치를 철저히 따르는 가운데, 성당과 수도회를 외부와 차단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특히 이탈리아 산피오라노 등 북부 10개 지역에서 확진자가 잇달아 발생함에 따라 밀라노대교구는 2월 23일부터 미사와 모든 행사를 중단했다. 이탈리아는 3월 1일 현재 코로나19 확진자가 2000명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밀라노대교구 프랑코 아녜시 보좌 주교는 사목 지침을 통해 “성당 안에서의 개인기도와 미사, 각종 기념행사를 일시 중단한다”며 “단 혼인성사와 장례 미사는 거행할 수 있지만, 가족과 가까운 친지들만 참여해달라”고 권고했다. 아울러 밀라노대교구는 두오모대성당을 비롯한 교구 내 유명 성당의 관광객 출입을 전면 통제했다.

베네치아대교구도 1일 모든 미사와 모임을 중단했다. 교구가 노숙자들을 위해 펼쳐오던 무료 급식 자선 활동도 포장 도시락을 나눠주는 형태로 대체됐다.

토리노대교구 역시 미사를 제외한 모든 모임과 행사를 취소했으며, 영성체도 손으로만 하도록 지시했다. 2월 26일 재의 수요일 미사 때에도 신체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머리에 재를 뿌리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볼로냐대교구는 온라인으로 미사를 중계하면서 신자들이 정부의 예방 지침을 따르도록 권고했다. 이탈리아 내 각 교구 주교들은 일제히 지침을 발표하며 ‘공포의 사순 시기’가 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고, 기도할 것을 당부했다.

독일 주교회의도 지난 주말 사이 서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하자 대응책을 내고, 신자 보호에 힘쓰고 있다. 독일 주교회의는 의심 증세가 있으면, 미사에 참여하는 것을 삼가도록 권고했다. 미사에 참여할 때엔 손 소독제를 철저히 사용하고, 미사 중 평화의 인사를 비롯한 사제나 교우 간 만남 때 접촉을 피하라고 당부했다. 성당 입구 성수대를 비우는 등 조치를 각 본당에 지시했으며, 영성체 때 성혈을 나눠 영하는 것도 금지했다. 더불어 독일 주교회의는 “과도한 불안감을 피하고, 각자 책임감 있게 신앙생활을 해달라”고 신자들에게 요청했다.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아일랜드 교회 더블린대교구도 의심 증상이 있는 사제나 교우들에게 미사 참여를 자제할 것을 당부하고, 미사 때에도 상호 접촉이 없도록 예방 지침을 내렸다.

한편, 수많은 순례자와 인파가 몰리는 교황청 곳곳에도 손 소독제가 비치됐다. 아울러 바티칸은 교황청 사제와 직원들도 의심 증세가 발견되는 경우, 언제든지 의료진에게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교황청을 방문하는 신자들도 마스크를 착용한 채 순례를 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월 26일 재의 수요일 미사 후 감기 증세를 보여 이후 공식 일정 대부분을 취소했다. 교황은 일부 개인 일정을 소화했지만, 3월 1일 주일 삼종 기도 후 연설을 통해 “불행히도 감기로 인해 올해 사순 피정에는 참여하지 못하게 됐다”고 전했다. 교황이 공식 일정 및 사순 피정에 참여하지 못하게 된 것은 2013년 즉위 후 처음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앞서 2월 26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수요 일반알현에서 “코로나19 확진자들과 그들을 돌보는 의료진들의 노고에 마음으로 함께하겠다”며 코로나19 피해자들을 위해 기도했다.

한 해 수백만 명이 찾는 이스라엘도 예루살렘과 나자렛 등 성지를 폐쇄하는 조치는 보류하고 있지만, 순례자들에게 미사 중 접촉을 최대한 피하도록 당부하고 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