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 비오 12세 교황 문서고 첫 개방

(가톨릭평화신문)


바티칸 사도문서고(옛 비밀문서고)에 소장된 비오 12세 교황(재위 1939~1958) 기록물이 2일 학자들에게 전체 공개됐다. 비오 12세 교황을 비롯한 현대 교회사와 세계사 연구에 새로운 기점이 될 전망이다.

제2차 세계대전(1939~1945) 시기에 가톨릭교회를 이끈 비오 12세 교황은 당시 벌어진 나치 정권의 유다인 대학살에 침묵했다는 비난을 받아 왔다. 때문에 ‘히틀러의 교황’이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교황청은 이에 대해 비오 12세 교황은 결코 침묵하지 않았으며 남몰래 유다인을 도왔다고 해명해 왔다. 로마의 한 수도원에서는 비오 12세 교황이 수도자들에게 유다인을 숨겨주고 도와주라고 지시했던 문건이 발견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학자들 사이에서 비오 12세 교황의 행적을 둘러싼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에 공개되는 기록물은 모두 130만 건이다. 바티칸 사도문서고는 관련 기록물을 13년에 걸쳐 디지털화했다. 기록물은 열람을 예약한 전문 연구자들만 볼 수 있다. 학자들은 제2차 세계대전과 파시즘 체제, 동서 냉전의 상황에서 교황과 교황청의 역할을 명확하게 알 수 있는 단서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비오 12세 교황의 신학적 유산과 가르침도 재조명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오 12세 교황은 재위 기간 40개가 넘는 회칙을 발표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교황 중 하나이기도 하다.

바티칸 사도문서고 담당 세르지오 파가노 주교는 “(기록물이 워낙 방대해)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오려면 적어도 몇 년은 걸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오 12세 교황 기록물은 예정보다 8년 일찍 공개됐다. 통상 교황 관련 기록물은 교황 재위기간이 끝난 뒤 70년 후에 공개된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9년 3월 교황청 사도문서고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교회는 역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면서 비오 12세 교황 기록물을 앞당겨 공개할 뜻을 밝혔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