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는 방송, 고해는 차 안에서… 코로나로 변한 신앙 생활

(가톨릭평화신문)
▲ 미국 테네시의 한 사제가 온라인으로 중계되는 미사를 홀로 주례하고 있다. 【CNS】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보편 교회의 공동체 미사 중단 사태가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온라인과 TV로 봉헌하는 미사 참여가 일상화되는 등 바이러스의 전 지구적 대유행으로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의 신앙생활이 어쩔 수 없는 대변화를 겪고 있다.



전 세계 미사중단·성지 폐쇄 이어져


폴란드 교회 최대 성지로, 검은 성모님이 모셔진 쳉스트호바의 야스나고라 수도원은 매일 수차례 봉헌하던 미사를 18일부터 잠정 중단했다. 대신 이곳을 지키는 사제와 수도자들은 격동의 세월을 보낸 폴란드 국민들에게 영적 위로를 선사해온 검은 성모님 앞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종식을 위한 기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매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중계되고 있다.

연간 500만 명이 넘는 순례객이 찾는 프랑스 루르드 성모발현지도 초기엔 침수 예식이 거행되던 ‘기적의 샘’만 폐쇄했다가, 17일부로 성지를 잠정 폐쇄했다. 매년 수많은 이가 걷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순례길도 사람들의 걸음이 급격히 뜸해진 상황이다. 순례자들의 종착점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 또한 13일부터 폐쇄를 결정함에 따라, 순례자 방문이 어렵게 됐다. 대신 성당 측은 온라인으로 코로나19 종식 기도를 이어갈 것이라고 공지했다. 포르투갈 파티마 성모성지도 문을 닫고, 모든 문화 행사와 미사를 주님 부활 대축일까지 중단한다고 밝혔다.

독일 교회도 주요 행사들은 모두 취소했으며, 영국 교회는 미사와 고해성사는 지속하고 있지만, 신자 간 접촉을 비롯해 성상과 성물을 만지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가장 많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는 이탈리아를 비롯해 유럽의 대부분 지역 교회가 공동체 미사를 중단한 채 온라인과 TV를 통해 미사를 이어가는 양상이다. 특히 이탈리아는 병원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사망자가 급격히 발생하고 있지만, 정부 지침에 따라 성당들이 장례 미사를 거행하지 못하면서 유가족들은 더 큰 슬픔과 고통을 겪고 있다. 이에 더해 23일 로마 근교의 한 수녀원에서 확진자 59명이 발생해 코로나19가 수도공동체 생활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미사 중단 사태는 브라질, 멕시코, 볼리비아, 우루과이 등 남미 가톨릭 국가들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에콰도르와 코스타리카 주교회의는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도 함께 봉헌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브라질 상파울루대교구는 코로나19 사태에 가장 취약하다고 여겨지는 노숙인들을 위해 숙소가 제공되는 기도 센터들을 개방하는 등 선행에 나서고 있다.



다양하게 시도되는 대안 사목 활동

▲ 미국 워싱턴대교구의 스콧 홀머 신부가 성당 주차장에서 드라이브 스루 고해성사를 집전하고 있다. 【CNS】


미국 교회는 뉴욕, 워싱턴, 필라델피아 등 동부 지역 교구를 중심으로 미사 중단을 선언했다. 뉴욕과 필라델피아는 이미 4월 12일 주님 부활 대축일을 공동체 미사로 거행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대신 사제들은 개인 SNS와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신자들에게 말씀을 전달하는 ‘온라인 사목 활동’을 펼치고 있다.

워싱턴대교구 메릴랜드의 한 사제는 신자들에게 ‘드라이브 스루 고해성사’(Drive Thru Confession)를 거행하기도 했다. 이를 적용한 스콧 홀머 신부는 성당 마당 주차장에서 신자들을 맞이하며 그들이 차에 탄 채로 고백하도록 배려했다. 홀머 신부는 “신자들을 안전한 방법으로 이끌어 그리스도를 만나도록 하고 싶었다”며 운전석에 앉은 신자를 위해 차창 밖에서 고해성사를 주고 있다. 홀머 신부는 “우린 현재 각기 흩어진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이 시간 동안 희망을 갖도록 신자들을 격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산시성의 시안교구는 바티칸을 비롯해 이탈리아 밀라노·볼로냐교구 등지에 의료용 마스크 2만 4000개를 기증했다. 시안교구 천루슈 신부는 “중국 본토가 전염병을 경험했을 때 교황청과 이탈리아 교회가 마스크를 보내줬다. 이젠 우리가 도울 차례”라고 전했다.

한편,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매일 간절한 기도를 바치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25일 오후 12시(우리 시각 같은 날 오후 8시) 성 베드로 광장 발코니에서 모든 가톨릭 신자가 하던 일을 멈추고 주님께 함께 기도했다. 아울러 27일 오후 6시에는 주님 부활 대축일보다 2주 앞당겨 ‘로마와 전 세계에’(Urbi et Orbi, 우르비 엣 오르비) 보내는 공식 부활 메시지를 발표하며 코로나19 사태 해결과 희생자, 피해자 등 전 세계인을 위해 기도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