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바이든 당선인, 케네디 이어 두 번째 신자 대통령… “나는 실천하는 신앙인”

(가톨릭평화신문)
 
▲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국을 방문한 뒤 로마로 돌아가는 마지막 날 조 바이든 당시 부통령이 환송하고 있다. 【CNS 자료 사진】

 

 


7일 미국 제46대 대통령에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당선된 뒤 미국 가톨릭교회는 “지도자들이 국민 통합의 정신으로 함께 연대해야 한다”고 축하와 함께 당부의 뜻을 전했다.

미국 주교회의 의장 호세 고메즈(로스앤젤레스대교구) 대주교는 이날 오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 “자유의 축복을 내려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미국 교회를 대표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에게 축하를 전한다”며 “정치 지도자들은 공동의 이익을 위해 대화와 타협에 전념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은 1960년 제35대 대통령이 된 존 F. 케네디에 이어 60년 만에 탄생한 두 번째 가톨릭 신자 대통령이 됐다. 카멀라 해리스는 사상 첫 흑인, 아시아계 여성 부통령이 됐다. 바이든은 2009~2017년 부통령 시절부터 “나는 실천하는 가톨릭 신자이며, 신앙은 내게 선물”이라며 “우리 모두의 첫 번째 의무는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이고, 두 번째 의무는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존엄할 권리를 지니며, 이는 우리 집안의 원칙으로 자리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바이든은 부통령 시절 대선 운동에 나설 당시에도 연설 때마다 성경 구절을 인용하기도 하고, 사회와 환경, 이민자 문제 등을 이야기할 때엔 자신이 “가톨릭 사회교리를 통해 성장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가 태어난 펜실베니아주와 오하이오주의 가톨릭 신자들과도 가까운 바이든은 2016년 힐러리 클린턴 대선 운동 당시 신자들을 결집하는 데에도 힘썼다. 바이든의 주변인들은 “그는 교리보다 신앙 자체에 초점을 둔다” “교리를 전하기보다 유권자들과 함께 기도한다”고 전한다. 바이든은 부통령 시절이던 2015년 미국을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국 워싱턴 연방의회에서 합동연설을 한 자리에서 교황을 맞이했고, 이듬해인 2016년 바티칸을 찾아 교황을 알현하기도 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번 대선 공약으로 미국 사회 중추를 이루는 중산층 재건과 함께 이민자, 노동자들을 아우르는 사회보장제도 수립을 피력해왔다. 미국 시민들에게 공공의료보험의 선택권을 넓히고, 저소득 가정에 보험 혜택을 확대하는 등 오바마케어를 재구축하는 데 힘쓸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은 흑인과 이민자들을 위한 인도주의적인 정책에 관해서는 미국 가톨릭교회와 뜻을 같이하고 있지만, 여성 낙태에는 찬성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미국 가톨릭교회와 견해차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미국 내 일부 주교들과 가톨릭 신심 단체들은 낙태 합법화를 지지하는 바이든 후보를 향해 낙선운동을 펼치는 등 반대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바이든 당선 이후 몇몇 교구의 주교들과 가톨릭 단체에 속한 수도자와 신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회 분열적 정책들을 더 큰 우려로 보고, 소외된 이들과 공감할 지도자를 뽑았다”며 지지의 뜻을 보였다. 특히 미국 내 사제와 신자들은 바이든이 표명한 인종주의 철폐와 이민자들을 향한 인도주의적 공약을 잘 이행해 달라고 당부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7일 연설을 통해 “성경은 우리에게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고 말한다. 이젠 무언가 일구고 수확해야 할 때이며, 씨를 뿌려야 할 때가 다가왔다”며 “지금은 미국을 치유할 때”라고 밝혔다.

바이든 당선인은 “지금 우리는 함께 독수리 날개 위에 있다. 우리는 주님의 역사가 우리에게 행하도록 명한 일을 시작하자”며 성가를 인용하기도 했다. 아울러 그는 “우리는 인종, 민족, 종교, 정체성,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에게 국가의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대화와 협력으로 하나 된 사회를 구축해 나가자고 역설했다.

고메즈 대주교는 성명에서 “지금 이 순간 미국 역사 안에서 가톨릭 신자들은 평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친교와 상호 신뢰를 증진하며, 진정한 애국심과 새로운 정신을 일구는 특별한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메즈 대주교는 또 “법률과 공공정책에 관한 논쟁에서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존중하고, 서로 예의를 갖춰 대화해 나아갈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