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이주 시도하다 숨진 난민 1년새 2배 증가… 지중해는 ‘죽음의 바다’

(가톨릭평화신문)
▲ 7월 15일 지중해상 전복된 보트에서 구사일생으로 구조된 난민들 모습. 【CNS】



올해 유럽으로 이주를 시도하다 사망한 난민 수가 지난해보다 두 배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 국제이주기구(IOM)는 최근 관련 통계 보고서를 내고,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최소 1146명의 난민이 유럽을 향하던 도중에 사망한 것으로 집계했다. 대부분 아프리카나 중동을 탈출한 이들로, 상당수가 바다를 건너다 보트 전복 사고 등으로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리비아와 이탈리아 사이 지중해에서 741명이 숨졌으며, 서아프리카와 스페인, 카나리아제도 사이 대서양에서 250명 이상이 사망했다. 150여 명은 스페인으로 향하는 서부 지중해에서 목숨을 잃었고, 6명이 그리스로 향하는 동부 지중해 상에서 유명을 달리했다. 지난 4월 22일 리비아에서 출발한 보트피플 130여 명이 지중해에 방치된 채 조난을 당했다가 익사한 사고가 올해 가장 큰 사건이었다. 이 가운데에는 어린아이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상반기 같은 시기 동안에만 난민 3만 7800여 명이 해상 경로를 통해 유럽에 도착했는데, 전체 난민 가운데 3%에 이르는 사망자들에 대해선 어느 나라도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실정이다. 실제 사망자는 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중해가 그야말로 ‘죽음의 바다’가 되고 있는 양상이다. 매년 셀 수 없이 많은 난민이 유럽을 향하고 있지만, 이들을 향한 도움과 선처의 손길은 전무하다. 유럽 국가들은 봉쇄정책과 무관심으로 일관하며 지중해 곳곳에서 사망하는 난민들을 위한 수색 작업에도 나서지 않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해상구호단체 등이 2015년부터 수색 구조선을 운항하며 해상 난민 구조와 수색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난민들이 해상에서 생존해도 리비아 해안경비대 등 자국 해상 국경에서 가로막혀 강제 송환되는 어려움도 겪는다. 앞서 7월 초에는 지중해에서 전복된 배에 타고 있던 난민 369명이 구조되는 등 여전히 난민의 유럽 유입 과정에서 사고가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아울러 최대 난민 수용국 중 하나인 터키가 최근 이란과 국경을 마주한 자국 동남부 지역에서 불법 이주민 133명을 체포했다. 아프가니스탄인들로 알려졌는데, 터키는 이 지역 출신 난민을 체포하거나 구금하고 있다. 시리아 등지에서 이주하는 난민 등 400만 명을 받아들인 터키도 이처럼 난민 수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군과 탈레반의 충돌로 발생한 아프가니스탄 난민은 지금까지 350만여 명에 이르며, 올해에만 27만여 명이 난민으로 전락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미주 지역도 난민과 이주민 수용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미국으로 입국을 시도한 불법 이민자 수가 18만 8829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브라질과 쿠바, 아이티 등 인접국들의 정치 불안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불법 이민 행렬도 급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유엔난민기구(UNHCR)가 지난달 발표한 ‘2020 글로벌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지구촌 난민 수는 824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식 집계를 통해 난민 수가 8000만 명을 넘긴 것은 올해 처음이다. 지구촌 인구의 1%가 고향을 떠나 떠돌아다녀야 하는 난민인 셈이다.

유엔 주재 교황청 상임대표단은 지난달 열린 제81회 유엔난민기구(UNHCR) 집행위원회 상임위에 참석해 국제사회가 난민 수용에 공동의 책임을 더욱 지닐 것을 재차 강조했다. 대표단은 “난민 문제는 아무런 대응이 없는 상태로 남아 있는 데다, 각국은 적절한 답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난민의 재정착과 기본권이 더욱 배제되고, 이들의 건강과 교육도 크게 위협받는 상황”이라며 국제사회의 협력과 연대를 촉구했다.

난민을 수용해오고 있는 이탈리아와 몰타, 스페인, 그리스 등 지중해 국가들은 유럽 국가 전체에 난민 문제와 관련해 협력해줄 것을 지속해서 요청하고 있다.

이탈리아 주교회의는 지난달 성명을 내고 “지중해가 지구촌을 잇는 평화의 바다, 사람과 문화를 연결하는 가교가 되도록 주님께서 각국의 지도자들을 일깨워주시길 기도한다”고 밝혔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