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롤린 추기경 “한반도 평화, 전쟁 없는 상태 넘어 우정의 평화 이뤄야”

(가톨릭평화신문)

 

 
▲ 교황청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 8월 31일 ‘2021 한반도국제평화포럼’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와 존중, 사랑의 가치를 전하고 있다. 영상 캡쳐

 

 


교황청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 “평화는 전쟁의 부재(不在) 이상이며, 평화는 곧 관용과 사랑의 열매”라며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해서는 단지 전쟁이 없는 상태를 넘어 우정의 평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롤린 추기경은 8월 31일부터 3일간 통일부가 개최한 ‘2021 한반도국제평화포럼(KGFP 2021)’ 첫째 날 영상을 통해 발표한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밝혔다.
 

파롤린 추기경은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한 교회의 역할’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평화는 우정이며, 우정은 자비를 실천함으로써 맺어지는 것”이라며 “미워할 이유가 있을 때조차 이러한 덕을 가진 사람은 자제할 것이며, 자비의 마음은 그 자체로 타인에 대한 사랑을 수반한다”며 ‘우정’과 ‘자비’의 가치를 역설했다. 그러면서 “우정은 개인적 행복을 넘어 국가 간 관계에서 자리 잡아야 하는 실존적 필요”라며 “한 형제자매이자 하느님의 자녀로서 사람은 사람을 만나야 하고, 국가는 국가를 만나야 한다”고도 말했다.
 

통일부가 2일까지 3일간 개최한 이번 포럼 주제는 ‘남북관계 새로운 비전과 한반도 평화ㆍ경제ㆍ생명 공동체’. ‘남북기본합의서’ 체결과 ‘남북한 동시 유엔 가입’ 30주년을 맞아 남북관계를 진단하고, 남북관계의 새로운 비전을 모색하고자 마련됐으며, 국내외 27개 협력 기관 및 300여 명의 연사가 참여해 다양한 주제로 토론을 펼쳤다.
 

이번 포럼의 첫째 날에 특별히 교황청 최고위 성직자가 초대된 것은 그만큼 우리 정부와 바티칸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향한 여정에 공감하고, 남북관계 개선을 도모하는 데 뜻을 같이하고 있어서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보편 교회는 한반도 평화에 큰 관심과 기도를 지속해서 표명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바티칸 살림과 외교를 총괄하는 국무원장 파롤린 추기경의 이번 발표는 교황청이 지닌 평화의 가치, 한반도가 나아가야 할 길에 동반하는 보편 교회의 비전을 직접적으로 제시하는 시간이 됐다.
 

파롤린 추기경은 A4용지 6장 분량의 긴 원고를 통해 평화를 위해 필요한 대화와 관계, 동반, 상호 존중, 사랑의 가치를 전했다. 이를 위해 박애, 인간성, 이타심을 재차 강조했다. 파롤린 추기경은 “공자는 논어에서 ‘너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행하지 말라’는 격언으로 박애의 의미를 요약했는데, 이 같은 유교의 황금률은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교회 가르침과도 비견된다”면서 민족과 이웃을 향한 사랑의 중요성을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반포한 사회 회칙 「모든 형제들」의 내용도 언급했다. 파롤린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모든 형제들」에서 ‘국경을 초월할 수 있는 사랑은 모든 도시와 나라에서 사회적 우정이라고 불릴 수 있는 것의 기초가 된다’고 상기시키셨다”면서 “한 사회 내의 진정한 사회적 우정은 진정한 보편적 개방성을 가능하게 하며, 서로 알고, 이해하며 공통점을 찾는 모든 것들은 ‘대화’라는 한 단어로 요약된다”고 말했다.
 

미래를 향한 화해 프로세스를 위해서는 “문화를 형성하고, 프로세스를 촉발하고 활기를 띠며 공동의 유대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리더십 집단을 도모하고 지원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도 전했다. 이미 정해진 길을 가기보다, 시야를 넓히고, 소속감을 새롭게 만드는 용기가 필요한 ‘새로운 길’, ‘새로운 비전’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파롤린 추기경은 “이는 화해와 용서를 촉진하는 새로운 출발을 의미한다”며 “당사자들은 화해하고 상대방의 용서를 받는 데 동의하는 상호주의 원칙으로 진정한 평화를 이룩하기 위해 이 같은 정의는 관용에서 찾아야 한다”고도 말했다.
 

아울러 파롤린 추기경은 ‘사랑의 국제화’를 강조했다. 추기경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용서 없는 평화는 없다’고 하시며, ‘인간의 모든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사랑은 국제 질서로 확장돼야 하며, 사랑의 문명이 지배하는 인류만이 진정한 평화를 누릴 것’이라고 전하셨다”고 말했다.
 

“평화는 정의와 사랑의 산물입니다. 평화는 나약하지 않으며, 결코 부족함이나 비겁함의 신호가 아닙니다.” 파롤린 추기경은 “진정한 평화는 개인의 마음과 양심 속에서 자라난다”며 “이를 위해 공동의 이익을 고려해 경쟁은 제쳐놓으려는 의지와 진정성 있는 협력이 필요하다”면서 보편 교회가 전하는 평화의 의미도 다시금 전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개회사에서 “이제 남북 간에 공존의 가치를 보다 적극적으로 구현하면서 나아가 상생과 번영의 시대라는 새로운 한반도 역사의 문을 열어야 하는 시점”이라며 “한반도의 평화는 남북뿐만 아니라 주변국에 더 많은 발전과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고, 공동의 번영은 평화를 더욱 굳건하게 다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