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가톨릭 자선단체에 ‘세속적이니 실업세 내라?’

(가톨릭평화신문)
미국 성조기와 정의의 여신상. OSV


미국에서 가톨릭 자선기관의 ‘실업세’를 둘러싸고 종교 단체 과세 논쟁이 일어나고 있다. 주 대법원은 이 기관이 세속적이라는 이유로 종교기관이 아니라고 판시했지만, 연방 대법원에서 심리가 진행중이다. 미국 연방법 ‘종교의 자유’를 근거로 이 사안이 연방 대법원까지 올라가 최근 재판이 열렸다.

뉴욕타임스(NYT),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3월 31일 미 대법원은 위스콘신교구 슈피리어시 소재 자선기관이 제소한 실업 고용보험 세금 납부 면제에 대한 공판을 열었다. 이번 재판은 미국 수정헌법 1조인 종교의 자유 보장에 대한 판결로 주목도가 높다.

앞서 위스콘신주 대법원은 해당 자선기관이 “종교적 역할을 하지 않았다”며 “기관이 프로그램 참여자들에게 가톨릭 신앙을 권하거나 종교적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다”면서 실업보험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위스콘신주 실업보장 프로그램은 고용주로부터 세금을 징수해 실업자에게 수입을 일시적으로 보전하는 제도다. 다만 주가 종교적 목적을 띤 기관으로 인정할 경우 세금을 면제받는다. 그러나 주 법원은 이 기관이 직원 고용이나 ‘식사 전 기도’ 등 선교활동을 하지 않아 종교적 목적이 없다고 봤다.

이에 기관은 수정헌법 제1조를 침해했다며 연방대법원에 제소했다. 가톨릭 유관기관을 비롯해 트럼프 행정부도 대법원에 “위스콘신주 재판부의 판결은 뒤바뀌어야 한다”고 의견서를 제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변호조력인단이 대법원에 제출한 의견서로 "위스콘신주 재판부의 판결이 뒤집혀야 한다"고 적혀있다.


NYT에 따르면 재판관들은 공판에서 자선기관에 긍정적 태도를 보였다. 엘레나 케건 대법관은 “몇몇 종교는 선교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많다”면서 “왜 일부 단체에 전향적 자세를 취하면서 다른 종교기관에는 그렇지 않은가”라고 꼬집었다. 닐 고서치 대법관은 “미국은 종교의 자유를 기본 전제로 두고 있다”며 “주는 특정 종교를 콕 집어 차별하지 않는 것이 헌법 1조의 기본 전제”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주 행정부와 사법부의 판단이 가톨릭교회에 편중됐다고 본 것이다. 에이미 배럿 대법관도 “유다교 기관 일부에서도 선교하지 않는 곳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과세 면제 최소 자격이 무엇이냐는 질의에 주 변호인은 “식사 전 기도가 될 수 있다”고 답했다. 활동 중 종교 의식이 드러나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다만 매체는 재판부가 이같은 답변에 수긍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고서치 대법관은 “주 검시관이 주방에 가서 얼마나 많은 기도가 이뤄지는지 일일이 관찰할 수 있는가”라며 주 재판부 판결의 모호성을 지적했다.

주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세금 면제는 100만 명에 달하는 실업자들을 저버리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기관 이사회 일원인 앨런 록씨는 공판 뒤 NYT와의 인터뷰에서 “위스콘신 농촌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교회의 사회 교리를 실현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우리 형제자매의 수호자”라고 말했다.

연방대법원은 이번 사안을 오는 6월 말쯤 판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안 외에도 이달 중 종교 관련 심리가 2건 더 예정돼 있다.


이준태 기자 ouioui@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