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6월 교황청에서 마르 마리 엠마누엘 정교회 대주교와 대화하고 있다.
올해 가톨릭·개신교·정교회 모두 주님 부활 대축일은 4월 20일로 같은 날 일제히 주님 부활을 축하한다. 16세기부터 쓰는 달력이 달라 교회별로 부활절이 상이했는데, 제1차 니케아 공의회 1700주년을 맞은 올해 동일한 날 지내 의미를 더한다. 이번을 계기로 형제 교회들의 부활절 일치가 이뤄진다면 그리스도교 일치가 시작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톨릭교회는 1582년 교황 그레고리오 13세가 채택한 그레고리력을 440여 년 동안 써왔다. 그레고리오 13세가 천문학적 춘분과 달력상 춘분 사이에 열흘 차이가 발견한다는 걸 확인하고 1582년 10월 4일의 다음 날을 10월 15일로 정하면서 1200년이 넘도록 쌓인 열흘간 오차를 해소했다. 현재는 전 세계가 표준력으로 그레고리력을 따르고 있다.
정교회는 기원전 45년 로마 황제 율리우스가 제정한 율리우스력을 따라왔다. 이 달력은 그레고리력의 기준이 되는 태양년(1년이 365.24일)과 비교해 해마다 11분가량 길어진다. 이로 인해 128년마다 하루의 편차가 발생한다.
올해는 8년 만에 전 세계 형제교회들이 같은 부활 대축일을 맞는다. 니케아 공의회에서는 춘분 이후 첫 보름달이 뜨고 난 직후 주일을 부활 대축일로 지내도록 정했다. 두 달력 모두 춘분이 동일하게 계산되는 해에는 부활절이 겹친다. 2001년 이후 2017년까지 모두 여섯 차례 부활절이 겹쳤다.
정교회 국제의회 위원회 코스타스 미그달리스 이사는 상반된 전례력이 혼동을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가톨릭과 정교회 간 부활절 일치를 위해 힘써온 ‘함께 파스카 2025’ 일원인 미그달리스 이사는 그동안 그리스도교 일치를 위해 노력해온 인물이다. 그는 “1582년 그레고리오 교황이 그레고리력을 채택했고, 1923년 일부 정교회가 새 달력을 채택하기도 했다”면서도 “하지만 끊임없이 신자들 사이 갈등을 불러일으켰고, 교회와 정부 당국 간 상반된 반응이 이어져 왔다”고 주장했다.
미그달리스 이사는 “교회 행정 구조 상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절차가 대단히 보수적이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를 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면서 “더욱이 그리스도인들 간 대화가 너무 느리게 진행돼 신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교회 일치 운동을 지속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그달리스 이사는 올해 형제 교회들의 부활절 일치가 단순히 전례력 일치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인 신앙 일치의 기회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세계는 통합을 필요로 한다”며 “부활절의 공통된 일치는 통합으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9월 프란치스코 교황을 알현해 주님 부활 대축일의 일치를 강조하기도 했다. 교황청 그리스도일치촉진평의회 의장 쿠르트 코흐 추기경도 2021년 “공통된 날짜에 주님 부활 대축일을 지내기로 합의하는 것은 어렵지만 그리스도인 일치를 위해 노력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교황 또한 부활절 일치의 중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교황은 올해 그리스도교 일치 기도 주간 미사에서 부활절을 한 날짜에 지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올해는 우연이지만 모든 그리스도인이 부활절을 동일한 날짜에 함께 지내며 통합을 향한 걸음을 내딛기를 호소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