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빈곤 아동 78만여 명… 정부가 더 힘써야

(가톨릭평화신문)


서울 송파구 문정동 지하 방에서 5년째 거주하는 초등학생 남매가 있다. 부모가 이혼해 따로 살며 아버지가 낮에 일을 나가면 남매는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때워야 한다. 채광이 안 되는 집안 곳곳에는 곰팡이가 폈고 아이들은 비염과 불안증세에 시달린다. 이 남매처럼 주거빈곤으로 고통받는 아이는 전국적으로 78만여 명에 달한다.(아동주거빈곤 정책 토론회 자료 중)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는 5월 23일 가톨릭회관에서 ‘소리 없는 외침, 아동 주거빈곤-아동에게 적절한 주거를’을 주제로 2019년 천주교 빈민사목위원회 정책 토론회에서 발제자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아동들의 주거권 향상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더욱 힘써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최은영(한국도시연구소) 박사는 ‘아동 주거빈곤 실태와 정책 방안’을 주제로 한 발제에서 “신혼부부, 노인 등을 중심으로 한 정부의 주거복지 로드맵에서 아동은 뒤로 밀려 있다”며 “인간으로서 존엄한 삶이 위협되는 주거 환경에 있는 아동 가구에 대한 주거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열악한 주거 환경은 아동의 주거권은 물론 건강권, 교육권, 놀 권리, 사생활권 등을 침해해 아동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다”며 “아동 주거빈곤 가구는 다른 가구에 비해 자살 충동이 크게 높다”고 경고했다. 이에 “주거빈곤 지역에 공원, 놀이터, 도서관, 체육시설 등 공유재를 설립해 건강하고 안전한 지역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시흥시 아동 주거빈곤 현황 및 시흥형 아동 주거지원 사업’을 발제한 시흥시청 양민호 팀장은 “시흥시는 아동이 포함된 가구에 주거비를 추가 지급하는 시흥형 ‘아동 주거비’ 지원 사업을 전국 최초로 펼치고 있으며 아동 주거권 환경 개선을 위한 네트워크도 구성해 지역사회와 연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서울 빈민사목위원장 나승구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서를 통해 ‘미성년자와 힘없는 이들을 위해 안정된 환경을 조성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며 “가장 약한 이들을 돌보는 데 빈민사목위원회도 지방정부와 좋은 세상을 만들려는 모든 시민ㆍ사회ㆍ종교 단체와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백영민 기자 heelen@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