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피어나는곳에] 가족 소풍 꿈꾸던 아이, 6년째 의식없이 병상에

(가톨릭평화신문)
▲ “우리 아기, 어서 일어나야지.” 박하진씨가 딸 서빈양의 손을 잡고 말을 건네고 있다.



“엄마, 수술 빨리 끝나고 가족들이랑 놀러 가고 싶어.”

일산 국립암센터 소아청소년 암병동. 의료진이 침대에 누워 있는 박서빈(8)양 코에 삽입된 호스를 새것으로 갈고 기관지에 찬 가래를 뽑아내고 있다. 엄마 박하진(마리카, 30)씨가 딸의 손을 꼭 잡고 “다 됐으니까 조금만 참자”며 애처롭게 바라본다. 박씨는 “서빈이가 6년 전 뇌종양 판정을 받고 수술을 받았지만, 뇌출혈로 지금껏 의식이 없다”며 “수술받고 건강해지고 싶다고 한 대화가 마지막이었다”고 말했다.

침대 옆 벽에는 서빈이가 건강할 때 찍은 사진들이 붙어 있다. 해맑은 눈망울에 웃는 모습이 너무나 예쁜 아이. 병상의 서빈이는 뇌출혈 증상으로 얼굴이 많이 부어 어릴 적 모습을 찾기 힘들다.

엄마 박씨는 “서빈이가 가방을 좋아해 사진 찍을 때마다 가방을 들었다”며 “지금도 생일이나 성탄 때면 서빈이가 좋아하는 가방을 선물한다”고 했다. 벽 한쪽에 걸린 색 바랜 분홍색 가방이 지난 시간을 말해주는 듯하다.

기약 없는 기다림에 가족들의 몸과 마음은 지친 지 오래다.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온 이주민인 엄마 박씨는 서빈이 옆을 24시간 지켜야 한다. 기관지에 차는 가래를 빨리 빼주지 않으면 질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엄마는 서빈이가 아픈 후로 하루도 깊은 잠에 빠진 적이 없다. 아버지 박석현(52)씨도 딸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뼈가 부서져라 일한다. 병원에서 2시간 거리에 있는 순댓국집에서 일하며 일주일에 한 번 병원을 찾아 딸의 얼굴을 마음에 새긴다.

서빈이를 돌봐주던 시어머니도 앓아누웠다. 6년 전 손녀가 “머리와 어깨가 아프다”고 말하며 넘어지는 증상을 일찍 알아채지 못했다고 자책하는 까닭이다.

금전적 어려움도 가족의 어깨를 짓누른다. 그동안 쌓인 병원비만 1억 6000여만 원. 암센터를 비롯한 여러 재단에서 서빈이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지만, 서빈이는 언제 깨어날지 모른다. 아버지 박씨의 얼마 되지 않는 수입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상황. 의료진 역시 “기다려보자”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다.

깊은 잠에 빠졌지만, 서빈이는 조금씩 키도 자라고 몸무게도 늘고 있다. 의식은 없어도 눈도 깜빡거린다. 금방이라도 일어나 “엄마” 하고 부르며 품에 안길 것 같다. 그러기에 포기하지 않고 기적이 일어나기만 기도하며 주님께 매달린다.

엄마 박씨는 “서빈이 손잡고 친정 어머니가 있는 필리핀 고향에도 너무 가보고 싶다”며 “성탄에 기적처럼 서빈이가 깨어나 좋아하는 가방을 안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고개를 숙였다.

백영민 기자 heelen@cpbc.co.kr



후견인 : 민형기(의정부교구 이주사목위원회 파주 EXODUS) 신부

▲ 민형기 신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간간이 경기를 일으키며 6년의 세월을 병상에 누워있는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은 감히 헤아릴 수 없을 것입니다. 서빈이가 빨리 일어날 수 있도록 독자 여러분의 기도와 함께 많은 관심과 후원을 요청합니다.



성금계좌(예금주 : 가톨릭평화방송)

국민 004-25-002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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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454-000383-13-102



※박서빈양에게 도움 주실 독자는 15일부터 21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421)에게 문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