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피어나는곳에] 유일한 버팀목 남편마저 쓰러져 ‘벼랑 끝’

(가톨릭평화신문)
▲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 수원교구 회장 전진구씨가 최예숙(왼쪽)씨와 함께 기도를 하고 있다.



“악성 뇌종양이 발병된 후 늘 아픈 엄마로 살았어요. 엄마로서 아이들과 함께 놀아줘야 할 시기에 무균실의 딱딱한 침대에 누워 시간을 보냈어요. 하느님께 기도해요. 나를 아프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요. 아이들과 남편이 아프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요.”

경기도 안산시 본오동의 한 주택. 초인종을 누르자, 앙상하게 마른 최예숙(아기 예수의 데레사, 57, 수원교구 본오동본당)씨가 기력 없이 현관문을 연다. 빡빡 민 머리에는 군데군데 수술 자국이 나 있고, 수술 후유증으로 두피에 진물이 흘러 손바닥만 한 반창고로 막아놨다.

최씨는 초등학교 교사였다. 20년 전, 위가 안 좋아 한약을 먹고 있었는데 학교에서 갑자기 의식을 잃어 동료 교사가 병원에 싣고 갔다. 악성 뇌종양이었다. 당시 어린 초등학생 두 아이는 친정어머니와 지인들에게 맡겨둔 채 병원 생활을 시작했다. 여러 차례의 수술을 받으면서 기억력을 잃었다. 집과 성당, 근무했던 학교도 혼자 찾아갈 수가 없었다.

아내와 엄마로 사는 삶을 내려놓고, 오로지 ‘숨’이 붙어 있는 것에 감사하며 살아야 했다. 가족들은 엄마의 생존에 감사했지만, 최씨는 병상에서 마음이 무겁고 미안했다.

“남편은 살림꾼이 다 됐어요. 아이들 밥 해주는 것부터 빨래까지…. 마트에서 배달일을 하면서 아이들을 키웠습니다.”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35만 원의 방 두 칸짜리 주택에서 최씨 가족은 그래도 행복했다. 최씨는 남편과 아들의 도움을 받아 생활을 이어갔다. 딸은 직장을 얻어 분가했다. 그런데 묵묵히 생계를 책임져온 남편이 1년 전 감기를 심하게 앓았다. 과로로 인한 감기몸살인 줄 알았다. 기침이 끊이질 않아 병원에 갔는데 폐부종 진단을 받았다. 결국, 병원에 입원했고, 생계비는 끊겼다. 아들이 다니고 있던 회사는 경영난에 빠져 급여까지 받지 못해 상황은 더 악화됐다.

악성 뇌종양 수술의 후유증으로 일주일에 3차례 외래진료를 받고 있는 최씨는 월세에 남편의 진료비까지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하다. 집이 경매로 넘어가고, 교통사고까지 당하는 등 삶에 고비가 올 때마다 오빠와 동생이 도움을 줬지만 이제 더는 손을 벌릴 형편이 못 된다. 최씨는 “그저 하느님께 매달리며 산다”고 했다.

“자기 앞가림을 해야 하는 자식들에게 보태주지는 못할망정, 자식들에게 기대어 사는 게 미안하죠. 자식한테 병원비를 달라는 말이 입 밖에 안 나옵니다. 하느님께 매달리고 사니까 그나마 버텨왔어요. 그저 가족에게 고맙고 미안합니다.”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



후견인 - 전진구(미카엘)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 수원교구 회장


▲ 전진구 회장



자식에게 기대어 사는 부모의 마음이 얼마나 무거울까요?

최예숙씨 가정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성금계좌(예금주 : 가톨릭평화방송)

국민 004-25-0021-108

농협 001-01-306122

우리 454-000383-13-102



※최예숙씨 가정에 도움 주실 독자는 15일부터 21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421)에게 문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