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피어나는곳에] 슬레이트 지붕만 덩그러니, 비 오면 진흙탕

(가톨릭평화신문)
▲ 볼리비아 빈민 지역에서 건물 없이 슬레이트 지붕과 임시 벽면 아래에서 첫성체 교리를 하고 있는 성 안토니오 공소 아이들 모습. 김성의 수녀 제공



지구 반대편 볼리비아 동부 지역에 있는 산업도시 산타크루즈. 이곳은 오늘날 남미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급속한 발전을 이룩하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산타크루즈에서 조금만 외곽으로 나가면 우리의 1960~1970년대 가난한 시절을 떠올리는 풍경이 펼쳐진다. 흙먼지 날리는 이 빈민가 지역은 하수처리 시설도 없어 비가 조금만 쏟아져도 학교가 휴교하고, 버스 운행이 중단되는 열악한 곳이다.

성 프란치스코 성당은 이곳 빈민가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대부분 형편은 어려워도 가족애와 신심이 좋은 이들의 풍습 탓에 성당은 교세가 커져 2015년 공소에서 본당으로 승격됐다. 본당의 여러 공소 가운데 가장 열악한 공소가 있다. 바로 로카이코로나도 빈민 지역의 ‘성 안토니오 공소’다.

성 안토니오 공소는 건물이 없다. 공소 신자 수는 80여 명. 이들은 주일마다 미사에 빠짐없이 참여하고, 구역 모임과 성령 기도 모임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신앙 활동이 슬레이트 판자 지붕 하나 겨우 얹힌 임시 건물 아래에서 이뤄지고 있다. 안팎 경계도 없고, 사람 드나드는 문도 하나 없는 임시 철골구조물 벽면이 전부다.

본래 인근 초등학교 교실을 공소 삼아 신앙생활을 해온 신자들은 2016년 한 신자가 기증한 부지에 구조물을 지어 ‘임시 공소’로 사용하고 있다. 공소 부지는 약 360㎡. ‘성 안토니오 공소’라고 적힌 현판만이 유일한 표지다. 신자들은 버려진 나무 조각을 주워다 의자를 만들어 미사에 참여하고 있다. 벽과 지붕밖에 없는 탓에 궂은 날에는 비가 공소 안으로 그대로 들이치고, 바닥은 진흙탕 천지가 된다. 신자들은 손수 공소 화장실을 만들고, 담을 올려 ‘작은 주님의 집’을 꾸미고 있다.

공소의 주일 헌금은 한화 1만 3000원 정도. 대가족을 이루며 살아가는 신자들의 한 달 수입도 우리 돈으로 30만~50만 원 남짓이다. 남성들은 공사판 일용직 인부, 버스 기사, 경비원 등을 하며 겨우 생계를 잇는 등 형편이 어렵다.

그래도 이들의 ‘공소 신축의 꿈’은 굳건하다. 신자들은 순번을 정해 음식과 헌 옷을 판매하며 모금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렇게 두 팔 걷어붙이고 나서도 4년 동안 모은 기금은 300만 원 남짓. 예상 공사 비용은 7000만 원에 이른다. 신자들 힘만으로는 꼬박 10년을 모아도 힘든 상황이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후견인 / 김성의(프란치스카, 볼리비아 성 프란치스코 본당, 예수성심시녀회) 수녀

▲ 김성의 수녀


성 안토니오 공소 신자들은 어려운 형편 속에도 주님의 집을 짓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이들이 더욱 기쁜 마음으로 찬양하도록 공소 건립이 순조롭게 이뤄지길 기도드립니다.





성금계좌(예금주 : 가톨릭평화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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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 안토니오 공소에 도움 주실 독자는 22일부터 28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421)에게 문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