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피어나는곳에] 막대한 치료비 앞에 생명 포기하는 스무 살 청년

(가톨릭평화신문)
 
▲ 병원에 누워 있는 민리씨. 감당할 수 없는 치료비로 스무 살 청년은 묵묵히 죽음을 받아들이고 있다.

 

 


“치료받지 않을래요.” 지방 대형병원의 한 병실. 베트남인 민리씨가 병원을 찾은 큰형 투옛(28)씨에게 힘없는 목소리로 속내를 드러낸다. 민리씨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코피가 쏟아진다. 주삿바늘이 꽂혀 있는 손으로 코를 막아보지만, 휴지가 금세 피로 흥건해진다. 휴지를 건네는 투옛씨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코피를 쏟는 게 오늘만 몇 번째, 병원비와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어 치료를 거부하는 동생을 도와줄 수 없는 현실이 고통스럽다.

민리씨는 4형제 중 셋째다. 베트남에서 부모는 고기잡이로 생계를 이어갔지만, 가난을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런 가족에게 한국은 희망의 땅이었다. 큰 빚을 내야 했지만, 한국에서 열심히 일하면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4형제 중 첫째인 투옛씨가 선원 비자(E-10)로 한국에 들어와 취업했고, 민리씨도 2018년 학생 비자를 받아 제주도에 들어왔다.

큰형은 거친 파도와 싸워가며 돈을 벌어 고향으로 보냈지만, 살림살이는 나아지지 않았다. 민리씨는 제주에서 혼자 편하게 지내는 거 같아 부모님과 12살 난 막냇동생에게 미안한 감정만 쌓여갔다. 결국, 가족에게 고집을 부려 제주도를 떠나 큰 형이 있는 지역의 식당에 취직했다. 한 달에 200만 원을 벌어 160만 원은 고향에 보낼 수 있었다. 몸은 힘들었고 체류 지역을 벗어나 취업하는 바람에 미등록 외국인 신세가 됐지만, 가족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어려움을 견딜 수 있었다.

처음에는 피로가 쌓인 줄 알았다. 일할 수 없을 만큼 체력이 약해졌지만, 미등록 외국인이라 보험이 되지 않아 병원에 갈 수도 없었다. 몇 달을 참았지만, 집에서 피를 토하며 쓰러져 지난 9월 병원에 실려갔다. 민리씨의 병명은 ‘상세불명 세포형의 급성 백혈병’. 담당 의사는 “지속적으로 항암치료가 필요하다”며 “비장 비대도 진행되어 매우 좋지 않게 진행될 수 있는 있다”는 소견을 밝혔다.

치료가 늦으면 목숨이 위험한 상황. 하지만 민리씨는 치료를 거부한 채 말문을 닫았다. 벌써 발생한 치료비만 700만 원. 한국에 들어올 때도 큰 빚을 졌다. 병원비마저 가족에게 부담 지울 수 없다는 생각이다. 큰형마저 생업을 접고 민리씨를 간호해야 하는 상황. 얼굴에 여드름이 가득한 20살 청년은 가족에게 짐이 되느니 죽음을 선택했다.

민리의 사연이 알려지며 베트남 공동체가 나섰다. 십시일반 병원비를 모으고 있지만, 모두가 가난한 형편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병원 원목 담당 이은희 수녀는 “민리씨를 걱정하는 이들도 많고 병원에서도 도움을 줄 방법을 백방으로 알아보고 있다”며 “이제 소년티를 벗은 청년이 본인이 아픈 걸 고향에 있는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고 버티는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다”고 말했다.



백영민 기자 heelen@cpbc.co.kr





후견인 : 제주교구 이주사목센터 나오미 소속 크리스티나 수녀

 

 

 

 

 
▲ 크리스티나 수녀

 


민리씨는 책임감이 강하고 심성이 착한 청년입니다. 돈 몇백만 원이 부담돼 치료를 거부하는 모습이 가슴 아픕니다. 이국땅에서 죽음의 공포와 싸우고 있습니다. 그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신자 여러분의 영적 물적 후원을 부탁합니다.



성금계좌(예금주 : 가톨릭평화방송)

국민 004-25-0021-108

농협 001-01-306122

우리 454-000383-13-102



※민리씨에게 도움 주실 독자는 18일부터 24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421)에게 문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