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들과 연대하며 ‘공동선’ 실현 위해 힘 모아

(가톨릭신문)

 

비슷한 목적을 가진 생산자 또는 소비자가 각자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만드는 협동조합. 일반 기업보다 기반이 취약한 경제적 약자가 결성한다는 점에서 협동조합은 보조성과 연대성 원리를 구현하며 사회적 약자와 동행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1950~60년대 빈곤으로 허덕이는 서민들을 위해 교회가 협동조합을 통해 동행했다면, 2000년대에 들어서는 청년과 환경 등 시급하지만 사각지대에 놓인 문제들을 돕기 위해 교회는 협동조합을 만들어 함께 걷고 있다.

 

 

민간 주도의 협동조합은 교회로부터 시작됐다. 1960년 5월 부산 중구 대청동 소재 메리놀 수녀회 병원 고(故) 메리 가브리엘라(Mary Gabriella Mulherin) 수녀의 지도로 ‘성가 신용협동조합’이 설립됐다.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자조, 자립, 협동 정신을 구현할 필요성을 느꼈던 가브리엘 수녀는 경상도 지역을 중심으로 신협운동 조직을 확산했다. 그해 6월에는 서울에서 고(故) 장대익(루도비코) 신부가 이끌던 ‘협동조합연구회’ 소속 회원들을 중심으로 ‘가톨릭 중앙 신용협동조합’이 설립됐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기, 그야말로 먹고 살기 어려운 서민들을 위해 교회는 사랑을 실천하고자 협동조합을 만들어 운영했다.

 

 

그로부터 64년이 지났고 과거의 빈곤은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자본만을 좇는 사회 속에서 소외된 이들, 본래의 모습을 잃은 피조물들의 고통이 드러났다. 2000년대 이후, 교회는 청년과 피조물을 보호하기 위한 협동조합을 통해 이 시대의 어려운 이들과 동행하고 있다.

 

 

경제적 가난이 눈앞에 드러나지 않지만 미래의 희망에 대한 빈곤을 경험하고 있는 청년들을 위해 팔을 걷어붙인 교회. 글라렛 선교 수도회 이문수(가브리엘) 신부가 2020년 4월 설립한 청년문간사회적협동조합은 청년들이 희망을 품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2024년 2월 22일에는 재속전교가르멜회와 전교 가르멜 수녀회가 청년빨라우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 김혜숙 제르투르다)을 만들었다. 청년빨라우사회적협동조합은 청년들이 저렴한 가격에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도록 청년밥상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교회가 창조질서 보전을 위해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은 것이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이사장 김대건 베드로 신부)이다. 2019년 4월 설립된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은 대전교구 안에 있는 본당과 기관, 수도회 시설 등의 유휴부지를 활용해 상업용 햇빛발전소를 설치 운영하고, 가정용 태양광전기 보급, 봉사자와 활동가 양성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다.

 

 

수원교구에서는 2021년 12월 공동의집에너지협동조합이 설립됐다. 에너지협동조합은 시민들이 에너지 소비자로서 머무는 것에서 벗어나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해 스스로 생산자가 되기 위해 활동하는 것을 지향한다. 협동조합을 통해 교회 공동체가 직접 에너지를 생산해 판매하는 활동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사장 양기석(스테파노) 신부는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서는 몇몇 큰 기업이나 정부의 힘만이 아닌 공동선을 추구하는 여럿이 함께할 때 해결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협동조합은 밑에서부터 스스로 생태적 회개를 자각하고 실천할 수 있기 때문에 교회가 지향하는 공동선의 정신을 구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