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빚더미에 홀로서기 힘든 인혁씨

(가톨릭평화신문)
 
군복을 입은 정인혁(가명)씨가 편의점 사장이 준 폐기 즉석식품을 받으며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군 봉급 100만원으로 조금씩 갚는 중

중증 아토피 증상으로 우울증 앓아




“인혁아, 어서 와. 고생 많았지? 여기 도시락 가져다 먹어라. 오늘은 특별히 네가 좋아하는 빵도 선물로 준비했다.”

경북 김천에 사는 군복 차림의 정인혁(가명, 22)씨가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와 머뭇거리자 사장이 웃으며 한 말이다. 그가 내민 손에는 갓 유통기한이 지나 폐기 처리된 즉석식품 등이 들려있었다. 근처 행정복지센터에서 상근예비역으로 복무하는 정씨가 매일 점심·저녁을 편의점 음식으로만 때우는 모습을 보고 챙겨둔 것이다. 눈을 가릴 정도로 전투모를 깊게 눌러쓴 정씨는 몇 번이나 허리를 깊이 숙이며 말없이 감사를 표했다.

이제 스무 살을 갓 넘은 정씨는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지고 살고 있다. 유일한 가족인 어머니와 둘이서 당장 갚아야 할 빚이 4300만 원에 이른다. 그중 4000만 원은 어머니가 그를 기르며 얻은 빚. 나머지 300만 원은 정씨가 어머니 자궁 수술 비용 마련을 위해 진 빚이다. 지금 어머니는 돈을 벌러 집을 떠나 타지에서 떨어져 지낸다. 얼굴 보기는커녕 연락도 뜸하지만, 정씨는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믿으며 외로움을 달랜다.

정씨가 머릿속에서 아버지의 존재를 지운지는 오래됐다. 어릴 적부터 집을 나가 산 데다 잊을 수 없는 상처까지 남겼기 때문이다. 원체 몸이 약하고 별다른 기술이 없던 어머니 혼자 두 식구를 부양하기는 무척 벅찼다. 정씨는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예식장·고깃집·술집·우유 배달까지, 그야말로 할 수 있는 일은 악착같이 하며 1000만 원을 모았다. 어머니의 시름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겠다는 기쁨도 잠시, 예고 없이 들이닥친 아버지가 ‘도박에 쓴다’며 전부 빼앗아 갔다. 그 뒤로 정씨는 ‘아버지는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정씨가 지닌 뿌리 깊은 아픔은 불우한 가정환경뿐이 아니다. 철 들기 한참 전부터 온몸을 점령한 아토피 피부염으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치료가 급하지만, 커다란 빚이 가로막고 있다. 군인 월급 100만 원 중 절반은 미래를 위해 저축하고, 나머지는 생활비와 빚 갚는 데에 쓰고 있다. 정씨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자신을 징그러워하거나 비웃을까 봐 걱정부터 앞선다. 급기야 대인기피증과 우울증까지 앓게 돼 고등학생 때부터 약을 먹어왔다. 친구라 부를 사람도 없어 단칸방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기 일쑤다.

어려운 환경 속에도 그는 희망을 놓지 않고 자격증 취득을 위해 공부하고 있다. 의무 복무를 마친 후 다시 일자리를 구하는 길도 막막하지만, 자립에 성공해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아가는 게 소원이다. 그의 꿈은 제빵사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빵을 만들어 저처럼 끼니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가난한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싶어요.”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후견인 : 차호영(비오) / 대구가톨릭사회복지회 김천부곡사회복지관 관장

“정인혁씨는 가족 구성원의 부재와 중증 아토피 증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경제적으로 자립해 어엿한 사회 구성원이 되려는 강한 의지를 갖춘 기특한 청년입니다. 홀로서기를 위해 가톨릭평화신문 독자분들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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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혁씨에게 도움을 주실 독자는 17일부터 23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425)에게 문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