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단상] 하느님께 가는 길(김미희, 마리스텔라, ‘어머니들의 기도’ 한국지부 부회장

(가톨릭평화신문)



4년 전 여름, 로마에서 열린 ‘어머니들의 기도’ 콘퍼런스에 갔을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들의 기도’는 2년마다 각국 대표들이 참여하는 일주일간의 콘퍼런스를 합니다. 일정 중에 교황님을 뵐 수 있는 바티칸 광장 수요일 일반 알현에 가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들의 기도’ 단체석은 광장 맨 앞자리에 배치되어, 교황님을 아주 가까이서 뵈올 수 있었습니다. 교황님은 강론 시간 외에 따로 초대된 아픈 이들과 신랑 신부들, 광장에 모인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시느라 뙤약볕 아래서 꽤 오랜 시간을 보내셨습니다.

알현을 마친 광장은 텅 비었습니다. 우리 일행은 광장을 벗어나 성 베드로 대성전에 들어가려는 긴 줄로 가서 서 있었습니다. 그렇게 30여 분이 지났는데, 우리 단체석 쪽을 보니 몇몇 어머니들이 아직도 자리에 남아 있었습니다. 목이 터져라 “교황님”을 연호하고 있는 스페인 어머니들이었습니다.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교황님께서 나타나시어 그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시는 게 아니겠습니까? 스페인 어머니들을 보면서 아기 예수의 데레사 성녀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하느님께 가는 길은 이층에 간 어머니를 찾아 우는 아기처럼 하면 된다.”

지난 5월 30일 일본의 어느 소도시, 신자 수 40여 명인 조그만 성당에서 여섯 명의 어머니들이 ‘어머니들의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주임 신부님의 배려로 저희가 기도를 소개하고 어머니들을 만났습니다. 산속에 사는 목수의 아내라는 한 어머니는 “성당에 오려면 산에서 내려와 버스를 타고, 다시 기차를 타고 역에 내려 성당까지 2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습니다. “다른 평일 미사는 아침 7시라 어렵지만, 오전 10시 수요일과 주일 미사에는 반드시 참여한다”는 이 어머니는 “어느 날 버스를 놓치는 바람에 성당까지 6시간을 걸어왔다”고 합니다. “미사는 끝났더라도 하느님께 가는 길을 멈출 수 없었기 때문”이었답니다. 그리고 덧붙였습니다. “그 ‘걸음걸음이 주님께 바치는 기도였다’고….”

얼마 전 읽은 「바이올린과 순례자」(마틴 슐레스케 지음, 니케북스)에서 저자는 피카소의 말을 인용합니다. “열세 살 때 나는 거장처럼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하지만 아이처럼 그리는 데는 평생이 걸렸다.” 저자는 피카소가 말한 ‘아이처럼’을 ‘유치한 퇴보가 아니라 성숙한 두 번째 천진난만’이라 표현하며, 예수님의 말씀을 떠올립니다. “어린이와 같이 하느님의 나라를 받아들이지 않는 자는 결코 그곳에 들어가지 못한다.”(루카 18,17)

엄마를 찾아 목청껏 우는 아기처럼, 멀어도 먼 줄 모르고 달려가는 아이처럼 주님께로 향하는 어머니들. ‘어머니들의 기도’를 통해 많은 어머니를 만나면서 저는 성숙한 ‘순진무구’ 믿음의 힘을 새롭게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