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이들 통해 예수님 체험하는 ‘자비의 신비가’ 되십시오”

(가톨릭평화신문)



“자비의 신비가(Mystic of Mercy)가 되는 것은 빈첸시오 아 바오로 성인께서 남긴 카리스마(은사)를 더 깊게 살고 새롭게 발견하고 온전히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를 향한 초대입니다.”

11일 내한한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 사제선교회(라자리스트회)ㆍ사랑의 딸회 공동총장 토마스 마브릭(Toma Mavri, 60) 신부는 “빈첸시오 성인은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수준에 자신을 놓고 그 안에서 하느님을 만나고 관상하며 회심의 삶을 살았다”면서 “자비의 신비가가 돼 달라”고 당부했다.

아시아 순회사목 차 필리핀과 일본을 거쳐 라자리스트회 필리핀관구장 그레고리오 바냐가 신부와 함께 한국에 온 그는 “한국에 흩어져 있는 빈첸시안 가족들, 특히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 사랑의 딸회와 사랑의 씨튼 수녀회, 수원 성 빈센트 드 뽈 자비의 수녀회 등 수도 가족과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에서 활동하는 평신도 가족들을 만나러 왔다”고 방한 목적부터 전했다.

마브릭 신부는 빈첸시오 성인께서는 평생 잊지 못할 두 차례 회심 체험, 곧 1617년 고해성사 담당 사제로 사목하던 중 폴빌(Folleville) 사건을 통해 영적 궁핍을, 샤티옹 레 동브(Chatillon-les-Dombes) 사건을 통해 물질적 가난을 체험하면서 가난한 이들을 위해 일하게 되셨다고 전하고, “가난한 사람들 안에서 예수님을 체험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서 배우는 삶은 곧 그리스도를 발견하고 하느님을 만나는 삶”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의 빈첸시안들이 영적으로, 정신적으로, 물질적으로 자신의 사도직 안에서 봉헌의 삶을 사는 걸 보고 감동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빈첸시오 성인이 이해한 빈첸시안의 영성은 인간의 길이 아니라 하느님을 따라 걷는 길, 곧 그리스도를 따르는 길이었다”면서 “그것은 바로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20세기의 유명한 신학자 칼 라너는 ‘그리스도인은 신비주의적 삶을 사는 사람들’이라고 했는데, 빈첸시안은 ‘자비의 신비를 사는 사람들’이 돼야 한다”면서 “가난한 사람들 안에서 그리스도를 만나는 삶을 통해 하느님과 하나 되는 삶을 살아가라”고 거듭 당부했다.

끝으로 개인적 회심 체험을 묻는 말에 그는 “저 또한 결국은 가난한 삶에 대한 지속적 회심의 길을 걷고 있을 뿐”이라며 “하느님과의 관계 속에서의 회심은 결국 사랑이라고밖에 달리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고 고백했다. 1959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태생으로, 슬로베니아 이민자 가정 출신인 마브릭 신부는 고교를 졸업한 뒤 라자리스트회에 입회했으며, 슬로베니아 류블랴나 라자리스트회 대신학교를 졸업하고 1983년 6월 29일 사제품을 받았다. 수품 뒤 캐나다를 시작으로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 러시아, 아일랜드, 우크라이나 등 6개국에서 선교했고, 2016년 7월 6년 임기의 라자리스트회ㆍ사랑의 딸회 공동총장에 선출됐다. 15일 출국한 마브릭 신부는 태국과 인도네시아를 순회한 뒤 아시아 5개국 사목방문을 마무리한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