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베테랑 의사, 팔레스타인·아이티 누비며 인술 전해

(가톨릭평화신문)
▲ 아이티에서 다리 전체가 농양으로 가득 찬 환자를 시술하고 있는 김용민 전문의. 김용민씨 제공



‘땜장이 소명’으로 사는 의사가 있다. 환자를 치료하며 누군가의 부족한 부분을 메꿔주는 땜장이 역할을 묵상하며 생각한 별명이다. 그렇게 자신을 필요로 하는 환자를 찾아다니기 위해 국경도 넘는 땜장이 의사가 됐다.

“의사가 하는 일도 구멍 난 냄비를 잘 때워주는 땜장이 역할과 닮았습니다. 건강한 사람은 의사를 찾아올 일이 없지요. 치유 능력은 하늘이, 자연이 주는 선물입니다.”

30년 넘게 정형외과 전문의로 살아온 김용민(베드로, 서울 당산동본당)씨는 1년 전만 해도 충북대 의대 교수였다. 퇴직을 4년 앞둔 그는 지난해 사직서를 내고, 국경없는의사회 구호 활동가 조끼를 입었다. 3개월간 에티오피아의 감벨라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며 난민들을 진료했다. 올해 1월에 돌아와 2월부터 한 달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긴급 파견됐다. 수술 도구가 갖춰지지 않은, 총성이 오가는 분쟁 지역에서 환자들을 치료했다.

“밝은 길, 좋은 길, 넓은 길은 누구나 가려 하죠. 그러나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이 되는 의사가 되어야 합니다.”

그는 의사생활을 시작한 소록도에서 공중보건의로 한센인들을 만나며 삶이 바뀌었다. 정형외과로 진로를 결심한 계기가 됐고 냉담도 풀었다. ‘소록도의 두 천사’ 마리안느와 마가렛 간호사와 같이 생활했다. 그가 소록도로 발령 난 것은 그곳에 근무 중인 전문의가 한센병 공포증으로 위궤양을 앓게 됐고, 김씨가 그 자리를 대신 채우게 된 것. 그는 그렇게 메꿔지고, 채워지는 자리에 발령을 받으면서 하느님의 섭리를 깨달았다.

아이티 지진 구호단으로 합류하게 된 것도 정형외과 의사가 아무도 지원을 하지 않자 뒤늦게 출국하기 3일 전 급하게 연락이 와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제가 인생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하느님이 날 의사로 만드셨고, 이런 일을 하도록 이끌어 주셨어요.”

땜장이인 그의 삶의 지향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어디든 간다는 것이고, 삶에서 계획을 세워도 소용이 없다는 걸 알았다. 이미 정형외과로 진로를 결정할 때, ‘하느님, 당신이 필요한 곳으로 보내달라’고 청했다.

올해 환갑을 맞은 그는 하느님이 그의 삶을 어떻게 이끄셨는지를 녹여낸 삶의 일대기를 책으로 출간했다. 책 제목은 「땜장이 의사의 국경 없는 도전」(오르골)이다. 어렸을 때의 사진과 구호활동을 하며 찍은 사진을 모아 7월 초 사진전도 열었다.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