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듣게 하소서 / 성슬기 기자

(가톨릭신문)
“소화가 잘 되게 해 주소서. 그리고 소화시킬 것도 좀 주소서.”

11월 개봉 예정인 영화 ‘교황 프란치스코’의 마지막 장면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 토마스 모어의 쾌활함을 위한 기도(Prayer for Good Humor)를 소개한다. 감동에 젖어 있던 관객들은 교황의 유머에 다시 한 번 무장해제됐다. 이어 교황은 웃음은 ‘마음의 꽃’이므로 미소와 유머 감각을 잃지 않고 살아가라고 당부한다. 영화 속 교황의 눈빛은 어린 아이처럼 맑으면서도 확신에 가득 차 있었다.

교황은 그동안 다양한 방법으로 시공간을 초월해 우리 사회와 소통해 왔다. 인류 최대의 고민인 사랑은 물론 죽음, 사회 정의, 난민, 자연환경, 부의 불균형, 물질주의 등에 대한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전하는 그의 말은 마치 깜깜한 인생을 밝게 비춰 주는 ‘인생 대백과사전’ 같다.

하지만 그의 말이 무색할 정도로 현재 ‘진실’은 멸종 위기에 처했다. 최근 한국사회는 ‘서초동’과 ‘광화문’이란 두 개의 광장으로 나뉘어 이질적 민심을 뿜어내고 있다. 그러니 교회가 “민주주의와 평화와 개혁을 이루자”고 외치면 “왜 종교가 정치 색깔을 띠냐”고 언성부터 높인다.

사회가 분열을 조장할수록 우리는 복음을 통해 정치에 영감을 불어넣는 교회 가르침에 더욱 귀를 기울여야 한다. 교황은 영화 속에서 우리 주변에는 귀머거리가 너무 많다고 꼬집는다. 그러면서 성경 구절을 인용해 전 세계를 향해 이렇게 호소한다. “기회를 잡고 싶은가요? 그럼 기회를 주세요. 대접을 받고 싶은가요? 그럼 대접을 해 주세요. 안정적인 삶을 살고 싶은가요? 그럼 안정적인 삶을 제공해 주세요.”


성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