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돋보기] 혐오 아웃! 사랑과 연대 실천할 때

(가톨릭평화신문)


길거리에 버려진 마스크를 종종 본다. 오염된 마스크를 내 집 안으로 들여오기 싫어서란다. 그런가 하면 며칠 전 퇴근길 전철 안에서다. 사레가 들려 기침이 두어 차례 나왔다. 옷소매로 이내 입을 가렸지만, 시선이 따갑다. 마스크를 하고 있었음에도 왠지 죄인이 된 느낌이다. 다음 역에서 내릴까? 원래 내리는 역까지 가는 동안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정부는 연일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을 강조하고 있다. 나아가 코로나19 대처 성공 사례를 홍보하기 바쁘다. 우리 국민이 이토록 자랑스럽다니! 감격해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자. 무엇보다 피로를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만큼 예민해졌다고나 할까? 이 때문에 등장한 게 혐오다. 확진자는 물론 가족까지 고통이 말이 아니다. 완치 판정을 받은 이들은 여전히 외출할 수 없을 정도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마치 ‘주홍 글씨’가 새겨진 것처럼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순 제4주일 삼종기도 후 메시지에서 “극심한 외로움과 시련을 겪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가까이 있음을 느끼게 해주자”고 말했다. 한국 천주교 주교단도 담화를 통해 “예수님의 십자가를 바라보며 희생과 고통을 기쁘게 이겨내자”고 당부했다.

과거 IMF 금모으기운동에 이은 ‘동학개미운동’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숱한 역경을 극복했던 우리 국민의 저력이 또다시 발휘되고 있는 셈이다. 당연히 박수받을 만한 일이다. 다만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사회적 혐오로 속병을 앓는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홍성남 신부도 최근 가톨릭평화방송TV 코로나19 특별대담에서 병이 혐오를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나보다는 어려운 이웃을 먼저 생각하는 사랑과 연대의 실천이 필요한 때다. 따뜻하게 안아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