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이 부여한 인간의 근원적 가치와 역할을 고찰하다

(가톨릭평화신문)



“어느 때보다 인간 존재에 관한 근원적 성찰이 절실합니다. 이기심과 탐욕, 방종한 삶의 결과가 결국 자연 파괴와 전쟁, 바이러스 창궐로 이어지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는 주님께서 창조하고 맡기신 이 세상에 대한 책임을 새롭게 성찰해야 합니다.”

교황청 성서위원회가 최근 문헌 「성서 인간학 - 사람이 무엇이기에?」(한국천주교주교회의)를 발간했다. 위원회 소속 성서학자 20여 명이 5년간 집필해 공동으로 펴냈다. 창세기 2~3장의 내용을 중심으로 성경 전체와 방대한 교회 문헌을 총동원해 인간 존재성을 깊이 고찰해내 눈길을 끈다. 태초에 창조주가 부여한 인간의 근원적 가치와 역할, 책임을 다룬 ‘하느님의 인문학’과 같은 문헌이다.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교황청 성서위원회 위원을 역임하며, 이번 문헌의 공동 저자이자 우리말 역자로 참여한 박영식(서울 반포4동본당 주임) 신부는 “현대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들에 대한 답은 결국 ‘사람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초점이 모아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5년 전 위원들에게 이 같은 주제를 다뤄줄 것을 권유하셨고, 그 결과 성경을 통해 인간학을 다룬 문헌이 탄생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느님은 인류에게 만물이 공존하는 동산을 맡기셨다. 하느님이 특별한 숨을 불어넣어 창조된 인간은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구원의 희망을 얻은 위대한 존재다. 그렇기에 인간은 노동과 기도로, 불의보다는 선의로 모든 피조물과 조화를 이루는 주님 창조사업에 동참하는 특별한 책무를 지닌다.

제1~4장까지 총 346항으로 구성된 문헌은 인간 창조부터 하느님과 사람 사이의 관계, 인류 구원의 역사를 세밀히 언급한다. 사람에 관한 하느님 계시의 아름다움과 복잡성을 숙고하도록 이끄는데, 특히 최근 코로나19 대유행을 겪는 지구촌 인류에 인류 존재 이유를 근원적으로 돌아보도록 이끈다.

박 신부는 “인간의 역사는 하느님과의 계약의 역사이며, 사람은 하느님의 일을 수용하면서 자신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존재”라며 “이번 문헌은 인간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것에 국한하지 않고, 인간의 존엄성과 인간관계, 인간의 운명 등 성경이 말하는 전체적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우리는 인간이 어떻게 창조됐고, 어디로 가는지 등 인간에 대한 이해가 너무 부족합니다. 하느님께서 큰 사랑으로 우리를 만드셨는데, 정작 자기 자신은 물론 이웃을 사랑하지 않고, 무관심과 업신여김으로 서로 짓누르는 현실이 가슴 아픕니다. 하느님이 창조하신 대로 인간성을 회복하는 것, 창조 목적에 따라 우리 사명을 다시 받아들이고 그 뜻에 따라 살도록 노력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박 신부는 “인간은 흙과 같은 미약한 존재이지만, 하느님 숨으로 창조된 매우 복되고 위대한 존재임을 깊이 인식할수록 그에 대한 책임을 더욱 자각하고, 주님 영광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신부는 “인간과 자연을 둘러싼 이 문헌의 주제는 교황님의 관심사이자, 교회의 화두”라며 인류가 귀 기울이고 참여해야 할 과제이기에 이웃 종교인과 비신자들도 읽어 보길 권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