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생명의 사회적 책임(최진일, 마리아, 생명윤리학자)

(가톨릭평화신문)





교황청 생명학술원은 지난 3월 30일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하여 ‘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과 보편적 인류애’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코로나19 사태는 우리에게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 온 삶의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였다. 성명서는 이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인본주의의 가치와 의미를 뼈아프게 성찰하는 것이 의약품과 백신 연구만큼이나 긴급하다고 일깨운다. 코로나19 발발 초기에 선진국들의 태도는 마치 과학과 기술력으로 이 정도 규모의 세계적 전염병은 막을 수 있을 것처럼 오만했다. 그래서 자신들의 시스템이 얼마나 취약한지도 경계하지 않았다. 현 상황은 과학과 기술력이 낙관적으로 예측할 수 없는 완전히 새로운 상황이며, 전 세계는 불안전성과 우리 지식의 한계를 느끼고 있다.

한편 온 세상이 취약해진 상태임에도 우리 모두가 상호 연결되어 있음을 놓칠 수 없다. 전염병은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매우 빠르게 퍼질뿐더러, 한 개인에게 일어난 일이 모두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성명서는 우리가 이제 단순한 상호연결을 넘어 공존을 위한 결속을 선택하여 나아갈 것을 강조한다. 이러한 변화는 이미 세계 곳곳에서 환자를 돌보기 위해 자신의 생명이나 건강의 위험을 무릅쓰고 아낌없이 모든 것을 쏟아 붓는 의료진의 헌신에서 드러난다. 그러나 몇몇 나라들은 ‘국가 이익’이라는 근시안적이고 허황된 논리로 현 사태를 해결하고자 한다. 이에 성명서는 우리에게 국제 협력을 위한 넓은 시각을 갖도록 촉구한다.

무엇보다도 결속이라는 항체로 이 긴급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한 기술적이고 임상적인 연구는 공동선을 위해 국제적 차원에서 그 성과물을 통합하여야 하며, 소득, 정치 견해, 나이 등에 따라 특권층에게 직접 이익을 준다거나 취약계층을 도외시하려는 의도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느님을 거스르는 ‘불경죄’와 하느님께서 내리시는 ‘신성한 응보’라는 대응관계로 현 상황을 바라본다면, 이런 미성숙한 방식으로는 지금 인류가 겪는 고통을 설명할 수 없다고 밝힌다. 하느님께서 가장 많이 돌보시고 그분께서 자신과 동일시하신(마태 25,40-45) 바로 그 가장 약한 사람들이 고통을 받을 것이라는 사실이 그 가능성을 배제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는 인류의 공존을 위해 서로 돌보는 관계가 지금처럼 근본적인 인식으로 제시된 적은 없었다. 성명서는 다른 사람을 위한 인류애를 행동으로 드러냄으로써 우리 삶이 실현되고 있음을 보면서 이 위기 앞에 가장 약한 사람들, 난민과 이민자들 또한 분쟁, 전쟁, 굶주림으로 지속적인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겪는 또 다른 재난도 잊지 않기를 당부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우리는 모두의 생명에 사회적으로 책임이 있음을 도전받고 있다. 우리 정부와 국민은 이 도전에 성공적으로 맞선 편이다. ‘생명의 사회적 책임’은 정서적 유대(또는 공감)와 상호의존성이라는 공동체 정신이 없으면 실현하기 어렵다. 교황청 생명학술원이 성명서를 통해 강조한 생명의 사회적 책임은 이제 한 국가에서만 짊어질 수 없는 전 세계 공동의 책임이 되었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겪는 동안 공감, 상호의존성, 생명의 사회적 책임을 공유하며 결속을 다졌고, 이를 발판으로 코로나19 사태도 이겨나가고 있다. 한국의 코로나 대응 모델이 보여준 생명에 대한 사회적 책임 의식을 국제 사회와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우리 정부의 노력이, 이 어려운 시기뿐 아니라 앞으로 닥칠 불안한 미래도 함께 극복해 나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