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화해·일치] 상상 속으로, 세상 밖으로 / 황소희

(가톨릭신문)
국경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철조망이었다. 한국에 하나밖에 없는 국경이 DMZ의 철조망인 탓이다. 철조망 외 다양한 방법으로 국경을 식별하는 사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나름 열심히 산 것 같은데 여전히 우물 안 개구리라는 생각에 자조하기도 했다. 단지 선 하나, 기념비 정도면 국경을 표기하는 데 충분한 세계 곳곳의 접경지역은 문화와 인종이 섞이고, 국가와 국가가 연결되는 요충지였다. 국경을 쉽게 오갈 수 있다는 것은 개인이 이동 가능한 물리적 거리가 넓어진다는 것은 물론 사고와 인식의 틀까지 확장되는 것이기도 했다.

남북 사이에 철도를 깔아 한반도를 넘어 유럽까지 ‘기차’ 타고 가자는 구호는 참으로 매력적이다. 많은 이들이 여행가고 싶은 대표 지역인 ‘유럽’을 지향하면서도, 비행기보다 저렴하고 이용하기 편하다는 인식, 기차 특유의 낭만적 이미지로 인해 상상만으로도 좋은 여행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가장 빠른 고속열차가 도입된다고 해도 워낙 장거리라 이동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에서 여객용보다는 수출입 재화 운송 용도로 쓰일 공산이 크다. 한국이 해상로가 아닌 철도로 유라시아 지역에 재화를 수출한다면, 더 빠르고 안전하며 효율적으로 거래비용을 낮출 수 있다.

최근 강원도 강릉과 북한의 제진까지 철도 복구를 목적으로 재개된 ‘동해북부선 건설사업’은 기차 타고 유럽을 가는 데 필요한 초기 작업이다. 단절된 강릉과 제진 사이 110㎞ 철로를 복구하면, 동북아시아 대륙 가장 끝단에 있는 도시 부산에서 서유럽 가장 끝쪽에 있는 나라 영국의 수도 런던까지 철도로 연결할 수 있다. 오래 전부터 남북 철도 복원에 대한 아이디어는 무성했고 추진 계획도 논의됐지만, 남북 간 정치적 긴장과 북한에 대한 국제제재 등으로 성사되지 못했다. 다시 시작하는 이 사업에 이제는 완성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길 소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분단으로 섬과 같은 지정학적 환경이 형성된 한반도에 철도가 놓이면, 우리가 기대하고 계측하는 것 이상의 영향력을 미칠 것이다. 북한을 포함해 러시아와 중국, 몽골까지 포함한 다양한 경제협력지대가 개발되며, 숫자로 환산이 어려운 동아시아 전체적인 공동선과 번영, 협력을 중시하는 관점이 함양될 수 있다. 서구의 주요 선진국이 자국의 이해관계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인간의 존엄과 자유, 민주주의의 확산으로 시각의 지평을 넓혀 오며 유럽 전역의 발전을 모색해 온 것처럼 말이다.

“눈으로 본 적도 없고 귀로 들은 적도 없으며 사람의 마음 속에 떠오른 적도 없는 것을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마련해 두신다”(1코린 2,9)는 말씀은 상상조차 못한 것도 이루시는 분께서, 이미 상상한 것은 얼마든지 실현해 주실 것이라는 점을 깨닫게 한다. 우린 거침없이 나아가야 할 것이다. 상상이 현실이 되는 세상을 위해. 결국 이뤄질 상상을 위해.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황소희(안젤라) (사)코리아연구원 객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