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부끄러운 기도
(가톨릭평화신문)
주님 사랑이 밤하늘의 별처럼 총총 쏟아지는 나날입니다.
느지막이 시작한 농사일이 버겁긴 해도 땀으로 얼룩진 밭이랑마다 곡식들이 여물어 갈 때 기쁨이 넘쳐나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두 손이 가슴에 포개지고 반짝반짝 입가에 순한 미소가 번집니다. 알밤을 쏟아내는 밤송이와 주렁주렁 달린 대추가 농사일로 찌든 눈에게 착한 호사를 안겨주는데, 대견한 머슴 손은 곳간 가득 알곡을 쌓아놓았으니! “우리 집 풍년이라오” 하고, 농사솜씨 자랑을 마구 하고 싶습니다.
저의 부끄러운 기도를 받아주시는 주님, 스스로 비우지 못하는 죄의 용서를 간구합니다. 샤머니즘의 색깔이 강한 시어머니와 갈등, 병마로 심하게 망가진 내 몸뚱이, 그 앙갚음이 고스란히 남편에게 전해지는데 바보처럼, 깨달음 없이 나이만 계속 늘어났습니다.
주님, 부끄러운 제가 “너희는 형제에게 앙갚음을 하거나 앙심을 품어서는 안 된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레위기 19장 18절의 말씀을 묵상한 후, 이 죄인을 진작 거두어들이지 않으신 주님 은총에 감사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남편의 손을 꼭 잡고 “그동안 정말 미안하다” 하고 사과를 했습니다.
마리아를 정말로 사랑하시는 하느님! 제가 저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많이 저를 아끼고 사랑하시는 하느님, 제 자존심 모두 버리고 이웃의 심판자가 아닌 달가운 벗이 되도록 제 입술을 다스리소서.
또한, 주님께서 허락하신 나날이 다 채워질 때까지 제 귀가 남의 말을 제대로 식별하고 고개 숙인 저 누런 벼 이삭들의 겸손을 배우게 하소서! 헤픈 씀씀이도 줄이고 가난한 이웃에게 제 손 부끄럽지 않게 하시며, 덤으로 주님의 사랑을 그리는 고운 글쟁이로, 오래오래 머물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