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누구의 책임인가(백강희, 체칠리아, 한남대 정치언론학과 조교수)

(가톨릭평화신문)





누군가로부터 물건을 건네받을 때 물건을 손에서 놓쳐 떨어뜨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물건이 떨어진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 바꾸어 말하면, 물건이 떨어진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떨어진 물건을 건네준 사람이 부주의했을 수도 있으나 내 손이 야무지지 못해 물건이 떨어졌을 수도 있다.

귀인(歸因)이론에 따르면 어떠한 사건이 발생하면 우리는 사건의 원인을 찾으려 하는데 원인을 행위자의 내적 요인에서 찾거나 원인을 개인의 통제를 벗어난 외적 요인에서 찾는 두 가지 상반된 태도를 보인다고 한다. 예컨대, 내 손이 야무지지 못해 물건이 떨어졌다고 생각하면 내적 귀인을 한 것이며, 물건을 건네준 사람이 부주의했기 때문에 물건이 떨어졌다고 판단하면 외적 귀인을 한 것이다. 귀인이란 ‘원인을 귀속시킨다’는 뜻으로 자신 혹은 타인의 말과 행동의 원인을 추리하는 과정에서 작동하는 심리적 기제이다.

귀인이 중요한 이유는 단지 문제의 원인을 밝혀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원인 파악 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내 손이 야무지지 못해 물건이 떨어졌다고 내적 귀인을 할 경우 나의 책임이니 나의 부주의를 탓하면 되나 타인의 부주의함 탓이라고 외적 귀인을 하면 타인에게 물건을 떨어뜨린 데 책임을 물을 것이다.

위 상황에서는 떨어진 물건을 다시 주우면 그만이지만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실제 우리의 삶에서 경험하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앞선 사례처럼 단순하지 않다. 대체로 해당 문제가 발생한 데는 여러 원인이 작용했을 수 있으며 문제의 원인이 불분명하거나 다양한 경우 누구에게 문제 해결의 책임이 있는지 따지는 일은 쉽지 않다.

언론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문제의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는 것이다. 문제 발생의 원인에 대한 진단은 결과적으로 해당 문제의 책임 대상에게 문제 해결의 책임과 의무를 지어주는 일이다. 이러한 점에서 미디어의 귀인 행위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대단히 크다. 언론이 특정 사건을 현저하게 다룰수록 우리도 해당 사건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언론이 사건의 원인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활용하는 프레임은 우리가 해당 사건을 바라보는 해석의 틀에도 영향을 미치며 현저히 눈에 띄는 언론의 프레임에 따라 해당 사건의 원인과 책임을 편향되게 해석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이러한 현상을 현저성 편향(salience bias)이라고 하는데, 특히 사건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데 필요한 경험이나 정보가 부족할 경우 언론의 보도 방향에 따라 사건을 편향되게 지각할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공중은 어떠한 사건을 이해할 때 머릿속에 쉽게 떠오르는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사건을 떠올릴 때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상(象)은 미디어로부터 주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하루에도 수많은 사건이 일어난다. 또한, 어떠한 사건이든 발생 원인은 다양하다. 따라서 언론은 다양한 ‘맥락’이 담긴 정보를 공중에게 제공해야 한다. 최종적으로 하나의 결론에 이르렀다고 하더라도 해당 결론에 이르는 데 고려해야 할 정보는 다양해야 한다. 해당 문제를 둘러싸고 어떠한 다양한 해석을 해볼 수 있는지, 그 해석의 근거는 무엇이며 또한 그 근거가 타당하고 합리적인지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