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위해 흘리는 신학생들의 땀방울, 작은 기도가 되다

(가톨릭평화신문)
▲ 안나의 집에서 봉사하고 있는 최현민(왼쪽부터), 안수호, 김태일, 김한구, 나두영 신학생, 김현조 수사.



“저희가 하는 칼질 한번, 설거지 한번, 흘리는 땀 한 방울이 작은 기도가 될 수 있겠다는 마음입니다.”

경기도 성남에 있는 안나의 집(대표 김하종 신부). 젊은 봉사자들이 눈에 띈다. 음식재료를 손질하고, 도시락을 포장하고, 쓰레기를 줍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이다. 가톨릭대학교 안수호(막시모), 대전가톨릭대학교 김태일(라파엘)ㆍ김한구(프란치스코)ㆍ나두영(프란치스코)ㆍ최현민(요셉) 신학생과 오블라띠선교수도회 김현조(유스티노) 수사다. 김현조 수사는 3월부터, 신학생들은 5월부터 안나의 집에서 사목 실습 겸 봉사를 하고 있다. 예수님을 닮으려는 마음이다.

요즘 안나의 집에는 700여 명의 홀몸노인과 노숙인이 찾아온다. 코로나19로 적지 않은 무료급식소들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매일 700인분의 도시락을 준비하면서 몸은 힘들다. 하지만 홀몸노인과 노숙인을 돕는다고 생각하면 어느새 마음은 보람으로 가득하다. 김현조 수사는 “홀몸노인과 노숙인들 보면서 그동안 사소한 것에 감사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한 끼 밥을 먹으면서 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겠다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최현민 신학생도 “마음으로 혼자 예수님과 대화하면서 하는 기도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몸으로 실천하는 기도가 정말 소중한 것이라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홀몸노인과 노숙인을 만나면 마음 아픈 순간도 많다. 무료급식소들이 문을 닫아 안나의 집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을 볼 때, 90대 치매 어머니를 모시고 매일 안나의 집을 찾는 70대 할아버지를 볼 때면 그렇다. 김태일 신학생은 “안나의 집에서 제공하는 한 끼를 놓치면 그분들은 그날은 굶어야 하는 그런 절박한 현실을 마주할 때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그분들의 모습이 남아서 매일 그분들을 만나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김한구 신학생도 “코로나19의 충격이 소외계층에게 가해지면서 평소 알지 못했던 것을 알게 돼서 가슴 아프다”며 “그들에게 작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라고 했다.

안수호 신학생은 처음에는 안나의 집에서 봉사하다 지금은 성남시 남자중장기청소년쉼터에서 봉사하고 있다. 아이들에 대한 정서적 지원을 주로 하고 있다. 안수호 신학생은 “아이들과 지내면서 해줄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했는데 아이들과 지내면서 제가 해준 것 보다 받은 게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아이들의 선하고 순수한 마음에 위로를 받는다”고 말했다.

안수호ㆍ김태일ㆍ김한구ㆍ나두영ㆍ최현민 신학생과 김현조 수사는 올해 말까지 안나의 집과 성남시 남자중장기청소년쉼터에서 함께 할 계획이다. 나두영 신학생은 “어떻게 사랑을 할 수 있을까를 화두로 삼고 솔직해지려고 한다”며 “솔직하게 인격적으로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는 게 사랑 실천의 시작점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하종 신부는 “항상 남들이 하지 않는 일들, 어렵고 힘든 일들을 먼저 나서서 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필요한 도움을 주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수님을 닮은 훌륭하고 좋은 사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