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묵주기도!

(가톨릭신문)

저는 인천 송도2동성당에 다니는 79살 할머니입니다. 매일 아침 촛불을 켜고 ‘오소서 성령님, 사랑하는 성모 엄마와 함께 묵주기도를 기쁘고 정성스럽게 바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하고 묵주기도를 시작합니다. 새벽에 눈을 뜨면 성호경을 긋고 레지오를 위한 기도와 자비의 기도 등 몇몇 기도를 바친 다음 묵주기도 20단을 하고 하루 일과를 시작합니다. 물론 제가 사회 활동을 많이 하던 시절엔 묵주기도 5단도 퇴근 후 늦은 시간에 졸면서 했습니다.

오후 3시 예수님 생애를 묵상하며 지향으로 두고 묵주기도를 바칠 때는 성모님과 함께 예수님 고통을 나누어 봅니다. 저녁 일과가 끝나면 평안한 마음으로 묵주를 들고 나무가 많은 아파트 단지 내를 돌며 성모님과 대화하는 묵주기도 5단을 바치는 편입니다.

묵주기도와 관련해서 저에게는 많은 추억이 있고 잊지 못할 사건들이 많습니다. 묵주기도를 하는 시간만큼은 나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은총을 부어주십니다.

1963년 10월에 방문한 루르드 성지에서 각국 순례단들이 촛불을 들고 각기 자기나라 언어로 묵주기도를 함께 바치면서 성지를 순례하는 광경은 참으로 천상을 연상케 했습니다. 묵주기도 한 단이 끝날 때마다 다 같이 부르는 아베마리아는 천상의 하모니를 이뤘고, 우리 모두가 거룩한 교회의 한 가족임에 감사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14년 전 9월 어느 날 성모님께서 저의 꿈속에 오시어 묵주가 든 주머니 3개를 주셨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제 나름대로 하나는 죄인들의 회개를 위하여, 둘은 고통 중에 있는 병자들을 위하여, 셋은 성직자들을 위하여 기도하고 있습니다. 물론 일상에서 일어나는 기적을 저는 믿습니다. 하느님 보시기에 그 기적이 꼭 필요하다면 말입니다. 오늘도 저는 제가 약속한 형제, 자매를 위해 묵주기도를 바치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고생하시는 의료진과 봉사자들과 환자들을 위해서도요.

저는 지난 4월 23일 뇌졸중 판정을 받고 내 일생에 두 번째로 저 자신을 위한 54일 묵주기도를 했습니다. 간절히 성모 엄마께 매달려 ‘나의 아픔이 낫게 해달라고 하느님께 전구해주세요’ 하는 욕심적인 지향도 두고 54일 동안 정성껏 기도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뜻은 제 뜻이 아닐 수도 있겠지요. 오늘도 병원에서 1000㏄ 수액을 맞으며 링거 줄로 흘러내리는 수액을 바라보며 하느님의 사랑이 나의 사랑하는 며느리와 아들, 손자의 사랑에 흠뻑 취해 감사의 묵주알을 돌립니다.

묵주기도의 모후이신 성모님!

당신 아드님께 청하시어 저에게 인내하는 은총을 내려주소서. 그리하여 제가 당신 곁으로 돌아가게 되는 날, 하늘에서 승리의 기쁨을 누리게 하여 주소서.


김화자(루치아·인천 송도2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