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돋보기] “제가 가겠습니다”

(가톨릭평화신문)



이라크 파견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서울성모병원 감염관리실장 이동건(시몬) 교수는 인터뷰 내내 담담했다. 이 교수는 이라크행을 자원했다. 김용식 서울성모병원장이 이라크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한국인 근로자들을 위해 파견할 의료진이 있을지 물었을 때 주저 없이 본인이 가겠다고 했다. 대형병원 감염 관리를 총괄하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사망자까지 발생한 현장을 방문하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터. 김 병원장은 “굉장히 놀랐다. 사명감이 없으면 안 되는 일”이라며 이 교수를 치켜세웠지만, 이 교수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 기꺼이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라크 카르발라 공사 현장에서 방역 시스템을 점검하고, 우리 근로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원격 시스템 가동을 체크하고 돌아왔다. 예상치 못한 소요 사태 발생으로 현지 의료기관은 방문하지 못했지만, 현지에 머문 일주일 동안 동분서주하며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했다. 강재진 간호사와 함께 이라크를 오가는 동안 코로나19 검사를 다섯 번이나 받았는데, 다행히 모두 음성이 나왔다.

이 교수를 보면서 초대 조선대목구장이었던 프랑스 선교사 브뤼기에르 주교가 떠올랐다. 천주교 박해가 극심해 어떤 선교사도 나서지 못했던 1800년대. 브뤼기에르 주교는 “제가 가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조선행을 자청했다. 갖은 역경을 헤치며 조선으로 향했지만, 안타깝게도 조선 땅을 밟기 직전 중국에서 병으로 눈을 감고 말았다. 투철한 소명 의식을 갖고 조선으로 향한 브뤼기에르 주교, 그리고 해외 근로자들을 위해 이라크에 가겠다고 자원한 이동건 교수. 이 교수는 가톨릭중앙의료원의 영문 약자인 CMC를 이렇게 풀었다. Capacity(역량 있는 의사), Medical leadership(의사의 리더십), Calling(소명). Calling을 말하는 이 교수에게서 브뤼기에르 주교의 향기를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