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우리에게(오현화 안젤라, 가톨릭기후행동 공동대표)

(가톨릭평화신문)



많은 본당에 사회복음화 혹은 생태환경과 관련된 분과들이 있다. 전례·청소년·시설 등 기존에 있던 분과들과 달리 이 분과는(교구마다 좀 차이는 있겠지만) 비교적 최근에 신설된 곳이 대부분이다. 본당에서 관련된 분과 활동을 하는 신자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가장 많이 듣는 고민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한 본당에서는 무엇을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막막해한다. 당장 떠오르는 것은 일회용품 안 쓰기, 자원 절약하기 정도다. 어느 정도 활동이 진행된 곳에서는 이제 더 무얼 해야 하나 고민한다. 일회용품 안 쓰기도 하고 자원 절약하기도 했는데, 뭘 더 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것이다.

사실 일회용품 안 쓰기, 자원 절약하기는 이미 1990년대부터 시민사회가 전개하던 활동들이다. 그만큼 잘 알려지기도 했고, 정치적이라고 비판받을 빌미도 없는 ‘안전한’ 활동들이다. 물론 이는 과잉생산·과잉소비, 쓰고 버리는 문화가 만연한 이 시대에 의미 있는 활동이다. 그러나 무려 30년간 진행되었는 데도 여전히 여기에만 머물러 있는 점은 생각해봐야 한다. ‘왜 이 활동이 생활화되지 않는지’ ‘왜 여기서 더 나아가지 못하는지’ ‘왜 세상을 바꾸지 못하고 있는지’.

우리의 습관이 편리함으로 굴러오는 건 쉬운데 거꾸로 가는 데에는 많은 노력과 불편함이 수반된다. 여기서 불편은 단지 물리적인 행위를 넘어 오늘의 편리, 소비주의, 쓰고 버리는 문화를 직시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사회’의 영역이고 ‘정치’의 영역이다.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부분을 애써 비껴가면서 행동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활동의 폭이 좁아지고, 의미를 찾지 못해 관성화되면서 어느새 지치게 된다. 게다가 사회와 정치를 소거하다 보면 개인의 활동으로 그치고 확산하지 못한다. 무언가 열심히 했는데, 보람은 잠깐이고 불편한 존재만 되어버리고, 복음화는 자취를 감춰버린다. 그리고 다시 묻게 된다. “대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생태·환경을 위한 활동은 기존 교회 활동에 무언가를 더 얹는다거나 짐이 되는 것이 아니다. 주어진 일,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다. 내면의 죄를 회개하기 위해 노력한다면서 빤히 보이는 쓰고 버리는 문화를 방치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지금 우리 공동체의 모습이 어떠한지, 우리 사회 모습은 어떠한지 살펴보는 데에서 시작하자.

나와 공동체 역량에 맞춰 할 일을 하면 된다. 때로 이웃의 몰이해로 어떤 일을 할 수 없다면 다른 일을 하면 된다. 가급적 개인이 하고 끝나는 활동이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할 수 있는 활동, 사회적·정치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활동을 기획하자.

무엇보다 오늘의 문제를 교회 시선으로 바라보는 훈련을 해보자. 왜 일회용품을 줄이기 어려운지, 왜 개인의 자원 절약엔 한계가 있는지를 유명 인사의 강의를 통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원인을 찾아보는 것이다. 할 수 있는 일은 정말 많다! 성큼 다가온 봄, 성큼 일을 시작하기 좋은 시간이다. 우리의 활동을 응원한다.



오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