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직 현장에서] 소중한 미사
(가톨릭평화신문)
올해부터 성남시의료원에서도 미사가 봉헌되기 시작했다. 교구에서 사목하는 다른 병원에 비해 이곳에는 천주교 신자 환자가 거의 없다. 하지만 주위에 사는 신자들이 원내에서 열리는 미사를 봉헌하러 온다.
그들 중에 기억에 남는 두 분이 계신다. 한 분은 시한부 판정을 받고 마지막 여생을 보내고 있는 자매님이고, 다른 한 분은 눈이 안 보이는 자매님이다. 본당에서 보좌 신부 생활을 했을 때는 몰랐지만, 이분들을 보면서 미사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
두 사람은 거동이 불편하다 보니 늘 따님들이 모셔온다. 비바람이 치는 추운 날에도 미사에 참여하기 위해 병원까지 걸어온다. 그렇게 오셔서 말씀의 전례 때 누구보다 하느님 말씀을 새겨듣고 영성체 시간이 되면 누구보다 행복한 미소를 짓고 성체를 모신다. 언젠가 그분들께 미사를 봉헌하러 왜 이렇게까지 힘들게 오시냐고 물은 적이 있다.
한 자매님이 미소를 지으며 “신부님, 저에게 미사는 삶의 기쁨이고 활력입니다”라고 말씀하셨다. 그 대답을 듣는 순간 무언가가 나의 머리를 친 것 같았다. 동시에 머릿속에서 갑자기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나는 매일 봉헌하는 미사가 마지막 미사라는 가르침처럼 얼마나 정성되이 미사를 봉헌하고 있는가. 강론을 얼마나 충실히 준비하고 있는가. 아니면 마치 일상에서 하는 미사이기에 아무런 마음 없이 집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병원뿐만 아니라 본당에도 이런 신자분들이 참으로 많다. 몸이 성치 않음에도 오랫동안 걸어서 미사를 봉헌하러 오신 분들도 있고, 그저 미사에 참여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말씀과 성찬의 전례인 희생 제사를 정성껏 봉헌하는 분들도 있다. 두 자매님을 뵙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는 미사를 봉헌할 수 있는 사제직을 얼마나 소중히 생각하고 있는가” 되돌아보게 되었다. 이런 분들을 뵈었음에도 나는 익숙함에 머물러 있었다. 주님 부활을 맞이하는 이 시점에 “나에게 그리스도의 희생 제사인 미사는 무엇인가?” 자문해본다.
수원교구 병원사목위원회 부위원장 신선웅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