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돋보기] “잊지 않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가톨릭평화신문)
어느덧 4월 중순이다. 한국에서는 한창 봄을 즐기는 시기이지만, 미얀마와 태국·라오스 등 동남아시아에서는 4월이 새해를 맞이하는 달이다. 우리에게 물 축제로 잘 알려진 태국의 ‘송끄란’ 역시 동남아 국가들의 새해 맞이 기념 행사에서 비롯됐다.
같은 불교 국가인 미얀마 역시 평소 같았다면 이맘때쯤 새해 기념 명절인 ‘띤잔’을 맞아 물 축제를 벌이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달 말 발생한 강진으로 폐허가 된 미얀마에서는 시름 속에 복구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물을 뿌리며 새해를 기념하기는커녕 마실 물조차 모자라 식수를 나눠주는 곳마다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정상적인 국가라도 감당하기 힘든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미얀마의 상황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이미 내전으로 수년간 혼란이 이어지고 있고, 극심한 경제난에 군부의 공포 정치가 국정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연재해까지 몰아닥친 것이다. 심지어 군부가 위기를 악용하고 있다는 증언도 나온다.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을 ‘아군’과 ‘적군’에 차등적으로 배분해 반대편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미얀마 사람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있는 것은 가톨릭교회를 비롯한 전 세계의 관심과 지원 덕분이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이 병환 중에 전해온 기도 요청 메시지는 미얀마인들에게 위로와 연대의 원천이 되고 있다. 현지에서 구조활동을 하는 한 활동가는 “교황의 메시지 덕에 우리가 세상에서 잊히지 않았다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할 수 있었다”고 했다.
미얀마 국민들이 다시 평화로 향하는 든든한 다리를 놓기 위해서는 지금의 관심이 일회성으로 그쳐선 안 된다. 이미 그들은 시야 밖의 어둠 속에서 막대한 희생을 치러왔다. 지금 미얀마가 겪고 있는 고난이 부활의 기쁨으로 다시 돌아오길 바라며, 우리는 계속해서 지원과 연대를 이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