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 하나] 새로운 선교사목정책이 필요하다 / 윤민구 신부

(가톨릭신문)
2018년 한국천주교회 통계가 발표됐다. 신자 증가율이 0.9%로 줄었고 주일미사 참례율과 여러 성사를 받는 비율도 떨어졌다. 교구 성직자의 수가 늘어난 것 외에는 중요한 지표가 모두 우리에게 경고를 보내고 있다. 이런 날이 오리라고 막연히 생각했지만 내 살아생전에 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제 얼마 있으면 인구도 준다는데 신자 수도 줄어들 것이다. 작년에 은퇴한다니까 어느 젊은 신부가 “요새 젊은 신부들 사이에는 ‘자신들은 과연 은퇴를 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는 자조적인 이야기가 나온다”고 귀띔해 줬다. 곧 신학생 수가 급격히 줄어 신부 수도 크게 줄 것이라고 예상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신학교 입학생들이 많이 줄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우리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신자도 늘고, 신부와 수도자도 늘고, 성당도 늘고, 예비자도 늘었다는 이야기에 익숙해 있었고,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줄어드는 현상이 여기저기서 보인다. 주일학교 아이들이 없어 주일학교를 제대로 못 하는 본당이 생겨나고 있다. 예비자도 많이 줄었다. 부산가톨릭대학교라는 명칭은 남아있지만 처음에 그 대학이 생기는 데 모체가 됐던 신학과는 문을 닫고 신학생들은 다른 신학교로 옮겨가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다음에는 어느 신학교가 통폐합을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이야기가 오가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성소자들이 줄어 신학생도 줄 것이고 수도자도 줄 것이라는 점이다.

나에게 이런 통계가 더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40여 년 전 신부될 때는 교회의 전망이 밝다고 생각했고, 또 은퇴하기 전까지 나름 열심히 살았는데 결과가 참담하기 때문이다. 나 혼자 한 일은 아니지만 결국 나를 포함한 우리 세대는 선배들의 노고를 갉아 먹으며 살다가 부담만 남겨주고 떠나가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 원인이 무얼까?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할까? 제일 먼저 ‘천주교회 신자들은 더 이상 늘지 않는다’는 인식을 교회 구성원 모두가 가져야 할 것이다. 열심히 노력해서 영세는 시키지만 그만큼, 아니면 그보다 더 많은 수의 신자들이 교회를 떠나거나 신앙생활을 포기하고 있다. 그러니 이제 더 이상 신자들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거기에 맞춰 선교 내지는 사목 정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 ‘우리나라에서 국민들의 종교 분포가 이미 고착돼 가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종교를 갖고 있지 않은 중립적인 국민보다는 이미 어느 종교를 택한 국민이 많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무엇보다도 우리 신자들을 잃지 않도록 사목 정책을 세워야 할 것이고, 찾아온 예비자들에게 천주교 신앙을 전수하는 데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103위 성인을 비롯해 많은 순교자들이 목숨 바쳐 지키고 전해 준 고귀한 신앙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수하는 일을 결코 소홀히 또는 안이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새로운 선교사목정책에서 가장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신앙생활을 ‘심화’시키는 일이다. 지금보다 더 심화시켜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은 교육일 것이다. 동시에 스스로 공부할 수 있게 좋은 책들을 만들어 내는 일일 것이다.


윤민구 신부
(원로사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