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여라, 평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 ‘팍스 크리스티 코리아’(Pax Christi Korea) 창립

(가톨릭신문)

국제 평화운동 단체인 ‘팍스 크리스티’(Pax Christi) 한국지부 ‘팍스 크리스티 코리아’(Pax Christi Korea)가 8월 24일 오후 3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창립총회를 개최하고 공식 출범했다.

전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반도로 전 세계 이목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국제적인 평화운동에 우리나라도 동참한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팍스 크리스티가 어떤 단체인지 살펴보고, 팍스 크리스티 코리아 창립총회를 들여다 본다.


■ 팍스 크리스티는?

팍스 크리스티는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인 1945년 3월 13일 프랑스 평신도 교사 마르테 도르텔 클로도(Marthe Dortel-Claudot)가 프랑스 몽토방교구 피에르 마리 테아(Pierre Marie Th?as) 주교에게 전쟁으로 인한 프랑스와 독일 국민의 반목과 증오를 극복하고 서로의 회개와 화해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운동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시작했다. 전쟁 중 나치의 유다인 박해에 항의했다는 이유로 나치 치하에서 감옥생활을 한 테아 주교는 도르텔 클로드의 비전에 크게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이로써 테아 주교는 초대 회장, 클로도는 사무총장으로 초창기 팍스 크리스티 운동을 이끌게 됐다.

이후 팍스 크리스티는 프랑스를 넘어 유럽 전역의 사회 및 정치적 변화를 추구하는 평화운동으로 확산됐고, 가톨릭 신자들이 광범위하게 참여하는 단체로 성장했다. 마침내 1952년 교황 비오 12세는 로마를 방문한 팍스 크리스티 대표단 면담을 계기로 공식적인 가톨릭 국제 평화운동의 지위를 부여했다.

팍스 크리스티는 교황청과 긴밀히 연계하며 1950년대 이후 동서 냉전시대에 핵무기 반대와 군축, 제3세계의 빈곤과 독재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1990년 탈냉전 시대 이후 빈곤과 불평등, 민족 분쟁, 인종주의, 난민 문제 등에 역량을 집중했다.

오늘날 팍스 크리스티는 5개 대륙 50개 국가의 120여 개 단체에서 약 50만 명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 팍스 크리스티 코리아 창립총회

팍스 크리스티 코리아는 지난 1월 7일 출범 제안 모임을 시작으로 8개월간 6차례 정기회의와 5차례 기획팀 모임 끝에 이날 출범식을 가졌다.

306명(8월 24일 기준)이 발기인으로 참여하고 120여 명이 참석한 팍스 크리스티 코리아 창립총회(이하 창립총회)에서는 정관과 사업계획안 승인, 임원선출 등이 진행됐다.

팍스 크리스티 코리아는 이날 승인된 정관에서 ‘그리스도교 복음 정신에 따라 모든 갈등과 폭력에서 자유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활동’을 목적으로 ▲가톨릭교회 내 평화 교육과 영성 증진 및 실천 활동 ▲시민사회 및 이웃 종교와의 협력을 통한 평화 증진 활동 ▲한반도 평화 구축과 증진을 위한 정책 옹호 활동 및 국제협력 ▲국제사회의 평화 증진 연대 및 기여 활동 ▲팍스 크리스티 국제본부와 해외 회원단체와의 교류와 협력 등을 사업 계획으로 정했다.

임원진으로는 박동호 신부(서울 이문동본당 주임), 한국가톨릭여성연구원 박은미(헬레나) 대표, 경희대 공공대학원 이성훈(안셀모) 특임교수, 최혜영 수녀(성심수녀회·가톨릭대 종교학과 교수)가 공동대표로 선출됐다. 4명의 공동대표와 함께 고문, 자문위원, 이사, 감사도 선임했다.

특별히 창립총회를 축하하기 위해 팍스 크리스티 인터내셔널(Pax Christi International) 그리트 바나에르쇼트(Greet Vanaerschot) 사무총장 등 임원진들이 축사를 보내 왔다. 바나에르쇼트 사무총장은 축사에서 “홍콩의 정치적 불안, 한반도 핵 위협이 진행되는 상황들을 봤을 때, 팍스 크리스티 운동은 모든 사람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여러분을 필요로 한다”며 “모든 노력의 열매가 맺어지길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격려했다.

창립총회에 이어 발기인으로 참여한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담당 교구장 대리 유경촌 주교 주례로 창립기념 미사를 봉헌했다. 유 주교는 강론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제52차 세계평화의 날 담화를 소개하며 “그리스도 제자들의 사명은 평화를 가져다 주는 것이고, 이를 위해 세 가지 평화, 즉 자기 자신의 평화, 모든 이웃들을 위한 평화, 피조물과의 평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충실한 하느님 평화의 도구로서 우리의 활동이 한반도 평화정착을 이루고 나아가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초석이 될 수 있도록 주님께 간청하자”고 당부했다.

미사 말미에는 공동대표들의 주도로 다함께 창립선언문을 낭독했다.

창립미사 후 이성훈 공동대표는 “7월 중순 팍스 크리스티 코리아 발기인에 50명이 모이면서, 창립총회까지 약 40일 동안 300명이 참여하는 것을 지향으로 기도를 시작했다”며 “기적적으로 창립기념 미사 중 발기인 수가 300명이 넘어 성령의 이끄심을 느꼈다”고 밝혔다.


■ 인터뷰 / 팍스 크리스티 코리아 이성훈 공동대표

“주변국과 연대하며 보편적 평화운동 펼칠 것”


“평화를 중심으로 화해와 정의, 생태 운동을 펼쳐야 합니다.”

팍스 크리스티 코리아 이성훈(안셀모·경희대 공공대학원 특임교수) 공동대표는 팍스 크리스티 한국지부 창립을 맞으며 “냉전 중인 유럽에 평화를 외쳤던 팍스 크리스티처럼 긴장 관계가 지속되고 있는 우리나라도 평화를 중심축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기서 말하는 평화는 전쟁 방지와 갈등 예방을 의미한다”며 “평화를 중심으로 화해와 정의, 나아가 적극적 평화 개념인 생태계의 평화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팍스 크리스티는 교회 내 공식 평화운동 단체로서 교황청과도 긴밀히 연계하고 있으며, 남미와 미국 등에서는 교회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이 대표는 “팍스 크리스티의 국제적 연대의 힘을 빌려 기존의 정의운동도 힘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팍스 크리스티는 성직자, 수도자도 회원으로 참여하는 평화운동으로서 기존 제도교회를 보완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평화운동으로서 앞으로의 구체적인 계획으로 “기도와 교육, 소모임 등을 갖고 1월 1일에 발표하는 ‘세계 평화의 날’ 담화문을 토대로 실천사항에 대한 교육 자료를 만들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아울러 “한반도의 분단을 남북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며 “팍스 크리스티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주변 국가들과 평화 연대를 구축해 보편적인 평화운동을 펼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개인적인 꿈이 있다면, 청년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와 선교, 평화에 대한 꿈을 심어주는 21세기 선교사 양성을 하고 싶다”며 “국제네트워크가 형성돼 있는 팍스 크리스티가 그 잠재력을 제공할 수 있고, 결국 한반도 평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