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에세이] 은혜로운 아침 / 최성민

(가톨릭신문)
“성모니임~! 감사합니다.”

새벽 공기를 가르며 울려 퍼지는 ‘성모님~’의 발원지는 저희 딸 가타리나입니다.

새벽미사 참례 길, 앞서 성당에 가시는 수녀님 뒷모습을 발견하자 아이는 반가운 나머지 엄마를 뒤에 남겨둔 채 수녀님께 돌진합니다.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수녀님과 함께 가는 길은 성모님을 모시고 가듯 맑고 상쾌합니다.

6살 카타리나는 새벽미사부터 미사 후 성무일도까지의 시간을 전부 저와 함께합니다. 유아실에서 미사를 참례하고 나서 성무일도를 하시는 어르신들께 반갑게 인사합니다. 어르신들도 무척 좋아하시며 귀여워해 주십니다. 가타리나는 얌전히 한 자리에서 그림만 그릴 뿐 장난치거나 돌아다니지 않습니다. 기도의 힘입니다.

미사와 성무일도를 마치고는 성당에서 십자가의 길을 봉헌합니다. 언젠가 모기에 물린 아이는 가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지난 여름 내내 저도 그 사실을 알면서도 계속 십자가의 길 기도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진한 하느님의 현존하심을 느끼고 체험하곤 했습니다.

알면서 들어서는 것. 예수님께서도 모든 것을 아시면서 겟세마니 동산에 오르시어 기도하며 아버지 뜻을 위해 낮추어 묵묵히 십자가를 지셨습니다.

또 죽음의 잔을 인류 구원을 위한 희망으로 받아들이셨습니다. ‘아닌 척’ 저희가 짓는 죄도 주님은 모두 아시면서 묵묵히 받아들이시고 용서해 주십니다.

아침 새들의 노랫소리 속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이가 가게에 가자고 조릅니다. 마침 커피를 샀는데 나오자마자 아침부터 땀 흘려 청소하시는 아주머니를 뵙고 커피를 드립니다. 평소 새벽미사 후 뵐 때마다 감사했는데 작은 아침 인사를 드릴 수 있어 감사합니다.

돌아와 식구들 아침을 챙겨주고 소파에 앉아 찢어진 아이의 실내화 가방을 바느질합니다. 실로 바늘귀를 꿰며 ‘바늘귀를 통과하는 작고 낮은 자 되도록, 바늘과 실처럼 저희도 언제나 주님께 붙어 떨어지지 않도록’ 기도하며 주님의 찢긴 성심을 기워 갚는 보속하는 마음으로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기도 바칩니다.

새벽 미사를 참례하고 돌아와 평화로이 기도하는 이 아침. 이 모든 것을 허락해 주신 하느님 아버지께 깊이 감사와 흠숭을 올려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아멘.




최성민
(소화데레사ㆍ제1대리구 정자동주교좌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