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예수도 난민이었다”… 환대와 연대의 손길 필요

(가톨릭평화신문)
▲ 의정부교구가 동두천 지역의 난민들을 돌보기 위해 가톨릭난민센터를 건립했다. 8월 29일 열린 가톨릭난민센터 축복식에서 이기헌 주교가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



“난민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입니다. 그들을 단순히 사회적 이슈나 이주민 문제로만 바라봐선 안 됩니다. 이들은 세계화된 오늘날 사회에서 거부당하는 모든 이들의 상징입니다.”

지난 7월 8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 난민과 이주민, 봉사자들을 초청해 미사를 주례하며 이같이 당부했다. 교황은 이날로부터 꼭 6년 전 교황 즉위 후 가장 처음으로 이탈리아의 난민수용소 람페두사 섬을 방문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장 약한 이들을 돕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의무”라며 “누구도 이 책임을 면제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 교회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의 난민 현황과 교회의 난민 사목 활동을 짚어본다.





▨ 난민 급증하는데 난민 인정률은 3%대

난민은 인종과 종교, 정치 및 사상적 차이로 인한 박해를 피해 외국이나 다른 지방으로 탈출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생활이 곤궁한 국민, 전쟁이나 천재지변으로 곤궁에 빠진 이재민들을 말한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8년 우리나라에 난민 인정을 신청한 외국인은 1만 6173명으로 전년(9942명) 대비 62.7%(6231명) 급증했다. 1994년 4월 난민 인정 신청 접수를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수다. 1994년 4월부터 2018년 말까지 누적 난민 신청자는 4만 8906명이었다.

2019년 1~5월까지는 5421명이 난민 인정을 신청했다. 1일 평균 53명인 셈이다. 지난해 난민 인정 심사가 완료된 사람은 3879명으로, 이 중 144명만 난민으로 인정을 받았다.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했으나 인도적 사유로 체류 허가를 받은 사람은 514명으로, 모두 658명이 난민으로 인정되거나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것이다. 지난해 난민 인정률은 3.7%에 불과했다.


▲ 의정부교구와 국제가톨릭형제회가 운영하는 ‘전진상 우리집’은 난민 부모가 일터에 있는 동안 미취학 아동들을 돌봐준다. 사진은 명절을 맞아 세배 연습을 하고 있는 난민 아동들. 가톨릭평화신문 DB


▨ 가톨릭교회, 난민 자녀를 품다

한국 교회가 난민에 대한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2018년 500명이 넘는 예멘인들이 제주도로 입국해 난민 신청을 하면서다. 당시 제주 출입국 외국인청에 따르면, 제주도 난민 신청자는 2015년 227명, 2016년 295명, 2017년 312명으로 급증한 상황이었다. 특히 제주도를 통해 입국한 예멘 난민들이 2018년에 급격히 증가했다.

‘제주 예멘 난민’ 사태를 둘러싸고, 난민에 대한 공포와 불안감으로 부정적 인식이 팽배해졌다. 7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난민법 폐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의했다. 난민에 대한 사회의 시선이 엇갈린 채, 한국 교회는 난민들에게 환대와 보호ㆍ연대의 손길을 내밀기 시작했다.

제주교구 이주사목센터와 제주교구 본당 및 공소들은 예멘 난민들을 품기 시작했다. 자녀가 있는 난민 가족과 여성들을 위해 집과 공소를 내주고, 식료품과 생활용품을 지원했다. 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회 등 교회 내 단체들은 기금을 전달하면서 이들과 연대했다.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도 7월 1일 발표한 사목서한에서 “우리를 찾아온 난민을 문전박대하면 무슨 낯으로, 무슨 자격으로 하느님께 자비를 구하고 복을 청할 수 있겠느냐”면서 포용과 배려를 촉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제주도에 들어온 예멘 난민들을 위한 특별 자선기금 1만 유로를 보냈다. 교황은 난민들을 환대할 것을 당부했다.

교회의 난민 사목은 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회와 예멘인을 품은 제주교구와 의정부교구를 주축으로 이뤄지고 있다. 의정부교구는 아프리카 출신의 난민들이 집중적으로 거주하고 있는 동두천을 비롯한 경기 북부 지역을 관할한다.

의정부교구는 각 지역의 이주민센터(의정부ㆍ파주ㆍ구리 엑소더스)를 통해 이주민과 함께 난민을 돌봐왔다. 2018년 11월에는 동두천 지역에 거주하는 난민 자녀 중 만 4~7살에 해당하는 미취학 아동을 위한 돌봄시설 ‘전진상 우리집’을 마련했다. 교구 사회사목국 지역아동사목위원회와 국제가톨릭형제회(AFI)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의정부교구는 지난해부터 ‘1본당 1난민가정 돌봄 사업’을 실시해 난민 자원 활동가들이 가정으로 찾아가는 난민 사목을 펼치고 있다. 지금까지 50명이 넘는 이들이 양성 과정을 밟았다.

예수회 기쁨나눔재단도 난민에 대한 사회ㆍ문화적 이해를 돕고, 난민 활동가들의 네트워크 형성을 위해 최근 9월 6일부터 2박 3일간 국내 난민 활동가 1기 양성 과정을 열었다. 또 성가소비녀회는 2년 전 이주민과 난민을 위한 단기 쉼터 ‘베타니아 이주민센터’를 열었다.

의정부교구 의정부엑소더스 위원장 겸 지역아동사목위원장 신중호 신부는 “교회의 난민 사목은 각 교구 이주사목위원회가 주로 노동ㆍ의료 문제를 돕는 방식으로 진행돼왔지만, 제주 예멘 난민들이 입국한 계기로 한국 교회 공동체가 난민에 대해 더 마음을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 신부는 “당장 (생계가) 급한 분들이니까 시혜적인 차원의 도움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이들에 대한 사회 인식이 바뀌도록 노력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가톨릭난민센터를 통해 난민들이 위로를 받고, 난민에 대한 우리나라 국민들의 좋지 않은 시선이 개선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면서 “특히 선택의 여지 없이 부모를 따라 낯선 곳에서 어렵게 지내는 아이들의 기본권이 잘 지켜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톨릭교회는 사회교리의 근본인 인간 존엄성 원리와 공동선, 연대성, 보조성을 바탕으로 난민을 폭넓게 인정한다. 교회가 난민들을 이웃으로 맞이하고, 환대와 연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하는 이유다.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