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교포들의 신앙 길잡이 35년, 가톨릭신문 미주판

(가톨릭신문)

한국어 미사를 봉헌하는 것이 가장 큰 꿈이던 시절이 있었다. 낯선 땅, 낯선 사람, 낯선 문화 속에서 이민·이주자로서의 삶은 녹록치 않았다. 하지만 그 시절에도 신앙의 불씨는 꺼지기는커녕 갈수록 뜨겁게 타올랐다. 넓디넓은 북아메리카(이하 북미주) 지역 어디서든 속속 공동체를 만들고 영적 성장을 이뤄갔다. 50여 년의 역사를 품고 있는 북미주 한인 가톨릭 공동체들은 이제 각 지역사회 및 현지 교회 복음화에도 힘을 싣는 글로벌 가톨릭 공동체로 자리매김 했다. 이른바 ‘받는 교회’에서 ‘나누는 교회’로 성장한 모습 또한 눈길을 끈다. 그리고 그 모든 여정에 ‘가톨릭신문 미주판’(이하 미주판)이 함께 해왔다. 미주 한인 신자들의 신앙 길잡이이자, 비신자 한인교포들이 신앙생활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마중물로 평가 받아온 미주판이 창간 35주년을 맞았다. 35주년을 기념하며 미주 한인 가톨릭 공동체와 미주판의 지난 발자취를 돌아본다.


■ 가톨릭신문 미주판 제작 여정

가톨릭신문 역사의 첫 걸음은 1927년 창간한 「천주교회보」로 시작했다. 이후 월간에서 격주간, 다시 주간으로, 제호 또한 「가톨릭신보」, 「가톨릭시보」로 바꾸며 변화와 성장을 거듭해왔다. 특히 가톨릭신문사는 1984년 9월 1일 미국 뉴욕에 미주지사를 개설하고 그 해 9월 23일자 2면(제1423호)을 첫 미주판으로 제작했다. 미주판은 창간 때부터 가로쓰기를 적용, 본판보다 더욱 가독성을 높여 선보인 것도 특징이다. 미주 한인 신자들의 삶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 영적 성장의 밑거름이 되고 지역 복음화에도 기여하고자 시도한 노력이었다.

곧바로 이듬해 1월 13일(제1438호)부터는 미주판을 별도로 제작, 미국과 캐나다 등지의 한인 신자들에게 배포했다. 1995년엔 미주 지사를 뉴욕에서 로스앤젤레스로 이전했으며, 4월 15일 주님 부활 대축일 특집호부터 미주판 20개면 발행을 시작했다. 1987년 8월 9일엔 가톨릭신문 남미판도 창간,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등에 거주하는 한인 신자들에게 교회소식을 전해왔지만 현재는 발행하지 않고 있다.

현재 미주판은 10개 지역 139개 공동체, 11만5400여 명의 신자들로 구성된 북미주 한인 공동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 미주 한인 신자공동체

1903년 1월 13일 한인 102명이 노동이민으로 미국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에 도착했다. 미주 지역 한인 이민 역사의 첫 장이었다. 이들의 후손은 이후 샌프란시스코로 건너가 다양한 공동체를 꾸렸다. 6·25전쟁 직후, 1965년 미국 정부가 새 이민법을 실행하면서, 1970~1980년대 한국 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하던 시기, 한국 정부가 해외유학 자율화 정책을 펴면서 각계각층 한인 이민자들이 급증했다. 최근엔 교육 이민, 전문직과 투자 이민을 하는 이들도 상승 곡선을 그려왔다.

이렇게 늘어나는 미주 지역 이민자들 가운데 가톨릭 신자들은 한데 모여 공동체를 이루고, 한국어 미사 봉헌과 신심활동 등을 시작했다.

미국에서 최초로 설립된 한인 가톨릭공동체는 샌프란시스코 한인 신자들이 힘을 합해 구성한 성 마이클 한인 가톨릭공동체(현 성 마이클 한인 천주교회)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대교구는 1966년 4월 27일 이 공동체를 공식 인준한 바 있다. 미 중서부 지역에서는 1970년에, 동부 뉴저지에서는 1972년에 첫 한국어 미사가 봉헌됐다. 캐나다 지역에선 1968년 토론토대교구 성 베드로 본당 가톨릭센터에서 처음으로 한국어 미사가 봉헌됐다. 캐나다 최초의 한인 가톨릭 공동체는 성 김 안드레아 천주교회(한마음본당)다.

이에 앞서 1962년 뉴욕 콜롬비아대학에서 강의하던 장흔 신부(미국 성 베네딕도회)가 한인 신자들에게 성사를 베풀기 시작하면서 맨해튼에 한인 가톨릭 공동체가 형성됐으며, 캐나다에선 1964년부터 고종옥 신부(몬트리올대교구)가 한인 신자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로스앤젤레스와 시카고 지역 신자들도 돌봤던 고종옥 신부에 이어, 로스앤젤레스에선 이종순 신부가 성 아그네스 한인 천주교회 설립의 기틀을 마련했다. 1938년부터 1943년까진 평양에서 사목한 바 있는 헬로인 신부(미국 메리놀외방전교회)가 하와이에서 한인 신자들과 한국어 미사를 봉헌했다는 사료도 남아 있다.

특히 미주 한인 가톨릭 공동체에서는 현지 교구 출신 한인 사제들을 꾸준히 배출해 관심을 모은다. 다수의 종신부제 양성도 한인 공동체가 맺어온 또 다른 열매다. 이들은 현재 각 교구 내 영어권 본당을 비롯해 한인 공동체와 특수사목지 등에서 사목적 역량을 펼치고 있다.


■ 미주 한인교포들과 미주판

가톨릭신문 미주판은 미주 지역 한인교포 신자 관련 소식을 실으면서 제작의 물꼬를 텄다.

무엇보다 미주판은 새 한인 가톨릭 공동체 설립과 성당 건립, 새 사제와 종신부제 서품을 비롯해 각 본당과 기관단체의 다채로운 소식들을 전하면서 신자간 친교를 위한 든든한 다리가 되어왔다. 한인 신자들의 선교 열기도 지속적으로 소개하며 한인 공동체의 선교 열성에 불을 지펴왔다.

특히 미주판은 레지오마리애와 꾸르실료 운동을 비롯해 다양한 신심·사도직 활동을 꾸준히 소개하며 신자들의 영적 성장을 돕고 복음화의 길잡이 역할을 해왔다. 한인 공동체들이 지역사회 및 북한과 제3세계 국가의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에게 다가가 사랑나눔을 실천하고, 각종 사회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문제해결에 힘을 싣는 행동에도 미주판은 늘 함께하며 이러한 노력들을 널리 전하는데 힘을 실어왔다.

이정화(헬레나) 파티마의 세계 사도직 미주평의회 회장은 “가톨릭신문은 각종 기획과 소식 보도 등을 통해 개개인의 신심을 북돋우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면서 “우리의 신앙이 성숙하도록 돕는 가톨릭신문이 하느님께 가까이 다가가는 지름길을 더욱 많이 소개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특히 북미주 한인사목 사제협의회 회장 최대제 신부는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먼저 신자 개인이 신앙생활에 충실해야 하고 교회의 가르침과 교회의 소식에 밝아야 한다”면서 “가톨릭신문은 전례력에 따른 신자 생활과 교회의 가르침, 그리고 교회의 여러 가지 소식을 전달해줘 복음 선포의 사명을 수행하는데 힘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