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 하나] 어머니들의 따뜻한 마음 / 최인각 신부

(가톨릭신문)
3학년 학생들을 위해 마련한 기도실에 가보니, 평상시와 많이 달라 보였습니다. 그동안 왠지 오래된 건물의 특유한 냄새도 있었는데, 오늘따라 깔끔하고 상쾌하게 느껴졌습니다. 기도실 정면에 걸려있는 원판의 십자가상도 훤히 빛나 보였고, 십자가를 두고 양편에 예쁘게 만들어진 창호지 창문 문살도 운치 있게 다가왔습니다. 기도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었습니다.

그 이유를 알고 보니, 천사들의 손길이 스치고 지나간 덕분이었습니다. 신자 학부모님 몇 분이 매주 금요일마다 기도실과 성당 청소를 해주시는데, 이번에는 기도실 정면과 십자가상 및 창문의 문살과 그 틈새 하나하나를 알코올로 닦아냈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찌들었던 냄새와 세월의 먼지가 만만치 않았을 텐데 그것을 일일이 닦아낸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하신 어머니들은 힘들었다고 하기는커녕 “청소하면서 은혜를 많이 받았습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왜 학생들이 기도실을 찾지 않을까?’ 하며 저 혼자 마음속으로 다른 사람들을 탓했는데, 착한 어머니들은 ‘어려운 문제를 사랑으로 풀어내시는 분’, 아니 ‘묶인 매듭을 사랑으로 풀어내시는 성모님’이셨습니다.

착한 어머니들은 ‘존경받는 사람이 되기 위한 안법인의 십계명’ 가운데, 열 번째인 ‘안법인이 지나간 자리에 미소가 머물게 한다’라는 계명을 실천하신 것이었습니다. 교장 신부인 제 눈에 보이지 않던 먼지와 때가 어머니들 눈에는 크게 보였던 것 같습니다. 특별히 수능시험 40여 일을 앞둔 자녀들과 자신을 정갈하게 하고 싶은 마음, 그 어느 것도 자녀들을 해치지 못하도록 지켜주고 싶은 천사의 마음, 주님의 복을 자녀들에게 조금이라도 더해주고 싶은 어머니의 따뜻한 마음이 컸던 것 같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자녀들의 학교를 ‘정말 좋은 학교’로 만들어주고 싶은, 주인으로서의 마음이 컸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먼지 가득한 기도실이 아니라 은총과 축복이 가득한 곳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이번에도 대학 입시에서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실에 앉아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이렇게 착한 어머니들을 통해 기도실을 정화하고 싶으셨던 주님께서, “나는 네 안에 있는 먼지와 때도 닦아주고 싶다. 네 안에 나의 기도실을 마련하면 좋겠다. 그러면 내가 너의 기도실, 아니 네가 마련해준 나의 기도실에서 너를 위해 아버지께 기도하리라. 그때 너는 가장 행복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씀하시는 듯했습니다.

내가 가장 행복해지는 길은, 주님께서 내 안에서 기도하실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하는 것, 주님께서 내 안에서 사제의 영으로 머무르고 활동하시도록 내가 도와드리는 것임을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어머니들께서 선행의 영이 당신들 안에 머무르고 활동하도록 내어드리며 은혜를 받았던 것처럼 말입니다.

이 기도실을 통하여, 우리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자신들의 기도실, 아니 자신들 안에 하느님의 기도실을 마련해드리는 법을 배워, 하느님께서 만들어주시는 행복(진학도)을 만끽하기를 바라며 기도합니다.


최인각 신부
(안법고등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