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을 훔친 우도의 믿음을 본받자!”
(가톨릭평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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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 (로사, 동화작가) |
그리운 우리 신부님께.
존경하는 우리 신부님! 왜 전에는 바보처럼 몰랐을까요? 평소엔 흔해서 아까운 줄도 모르던 밥이었어요. 그런데 밥통 안에 밥이 없으니 비로소 밥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네요. 우리 영혼을 먹여 살리는 밥이 바로 ‘미사’이고 ‘고해성사’였음을….
가끔은 주일 미사를 의무처럼 생각한 적이 있어요. 또 고해성사를 어려운 숙제 검사처럼 미룬 적도 있었지요. 그런 의무감과 부담스러웠던 느낌조차 이제 돌이켜보니 사치였고 주님께 응석을 부린 것이었어요.
신부님! 지금처럼 미사를 계속 드릴 수 없고 고해성사도 못 한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꽉 막히고 앞날이 캄캄해집니다. 그러면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바이러스를 걱정하지 않으면서 편안하게 옆 사람과 ‘평화의 인사’를 나누던 지난날의 미사가 얼마나 감사하고 소중한 것이었는지 이제야 알았습니다.
신부님, 저는 가톨릭 신앙을 갖기 전까지는 매사에 부정적이고 냉소적인 사람이었어요. 그러다 20대 중반에 우연히 교리 공부를 하게 되고 가톨릭에 입교하게 되면서 새롭게 태어났지요.
신앙 안에서 ‘희망’은 ‘절망과 어려움을 이겨내는 힘’이라는 것을 배웠고 덕분에 삶의 의미를 깨달았습니다. 특히 미사 시간에 신부님의 강론이나 고해성사 때에 신부님이 해주시는 말씀을 통해 그런 희망을 여러 번 깨달았습니다. 우리 주님께서 성령님을 통해 보내주시는 ‘말씀’의 힘이 신부님의 입을 통해 저를 일으켜 세운 적도 여러 번입니다.
언젠가 미사 때 들었던 신부님의 강론이 지금 생각이 납니다. ‘황금의 입’이란 별명을 가지셨던 요한 크리소스토모 성인이 이런 이야기를 남기셨다고 하지요.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실 때, 곁에 있던 도둑 ‘우도’의 믿음은 예언자나 성인보다 더 큰 선물을 받았다고요. 왜냐하면, 십자가 위에서 고통을 받으시는 그 초라하고 외로우신 예수님을 보고 천국에 들어갈 만한 믿음을 가진 우도야말로 정말 놀라운 사람이라고요.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에 매달린 상태에서 천국을 훔친 도둑의 믿음을 잘 기억하자고 신부님은 덧붙여 말씀해주셨지요.
꼭 지금의 저에게 들려주는 주님의 음성과 같이 느껴집니다. 사람은 그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을 느낄 때, 그 자리는 하느님을 모시는 자리라고 신부님은 또 강조하셨잖아요! 이런 암울한 상황일수록 주님이 알려 주신 희망의 힘으로, 또 우도의 믿음으로 주님께 온전히 맡기고자 합니다.
이제 시간이 흘러 평범한 일상으로 회복된다면, 저는 신부님이 집전하는 미사에 참여하고 또 신부님께 고해성사를 볼 때에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할 겁니다. 어서 그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다리며, 우리 신부님 하루빨리 뵙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