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도 신자도 그립다… 결핍의 은총으로 느끼는 ‘미사’의 소중함

(가톨릭평화신문)
▲ 1 (왼쪽부터) 서울 혜화동성당을 찾은 신자가 야외 십자가의 길 앞에서 기도하고 있다. 2 성당에서 기도하는 신자와 사제가 서로 떨어져 기도하고 있다. 교회 공동체는 코로나19 확산이 종식되고 교우들과 함께하는 미사가 다시 시작되기를 기도하고 있다. 3 미사 중단 기간이 늘어나며 사제는 신자를, 신자는 사제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깊어가고 신자들은 미사의 소중함을 깨닫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면서 교우들과 함께하는 미사의 중단 기간이 늘어나고 있다. 신자들은 물론 국민 전체의 안전을 위해 내린 결정이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고 하루빨리 미사가 재개되기를 바라는 간절함도 커지고 있다. 사제는 신자, 신자는 사제의 소중함을 깨달으며 미사 중 함께 주님을 만날 수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지각하는 신자들 모습도 그립다

사순 제3주일을 앞둔 13일 서울 혜화동성당을 찾았다. 성전 앞 계단 중앙에 설치된 안내판에는 ‘신자들과 함께하는 미사와 모임 중단 기간을 연장하며’라는 공지문이 붙어 있다. 성당의 쇠문을 열고 들어가자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빛과 고요함이 가득했다. 마치 수도원 성당에 온 듯한 분위기 속에 마스크를 쓴 신자 예닐곱 명이 드문드문 앉아 묵상 중이었다.

본당 주임 홍기범 신부는 “혜화동성당은 서울 순례길에 포함돼 있어 순례하러 오는 신자들이 많았다”면서 “코로나19로 공동체 미사가 중단됐지만 그래도 성당을 찾는 신자들이 있어 문을 닫을 수 없다”고 밝혔다.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러 왔다는 본당 신자 최희령(바울리나, 38)씨는 “그동안 미사를 너무 당연하게 생각한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신앙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미사를 드리는 일에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미사가 중단됐지만, 더 깊은 기도를 하게 됐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홍 신부는 “요즘 미사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평소에는 신자들이 미사에 몇 명이나 왔는지, 강론 준비는 잘 됐는지를 살피느라 미사 중 주님께 온전히 집중하지 못한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미사는 주님을 위한 제사고, 또 미사는 신자들이 있어야 완성된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미사 중단에 신자를 향한 사제의 그리움도 쌓이고 있다. 서울 여의도동본당 주임 홍성학 신부는 6일 ‘코로나19 극복을 염원하는 사제들의 메시지’를 통해 신자 없이 미사를 봉헌하니 “별의별 게 다 그립다”고 털어놨다. 홍 신부는 “미사 시간이 다 돼서 급하게 오는 신자들 모습도 그립고, 미사 끝나고 돌아가는 뒷모습까지도 그립다”면서 “성당에 울려 퍼지던 신자들의 화답송은 물론 함께 나눴던 인사도 그립다”고 말했다.



결핍의 은총으로 깨닫는 미사의 소중함

가톨릭평화방송 TV는 최근 2018년 방영했던 특집 다큐멘터리 ‘미사, 내 안으로의 초대’를 재방송하고, 유튜브(cpbc TV)에도 공개했다. 사제, 수도자, 신자 등 신앙 공동체를 이루는 이들에게 미사가 무엇인지, 미사를 통해 얻는 은총이 무엇이었는지를 다룬 프로그램으로 유튜브 조회 수 2만을 넘었다. 흥미 위주의 콘텐츠가 많은 유튜브 특성상 종교 콘텐츠에 재방송인 것을 고려하면 높은 관심을 끈 셈이다.

유튜브 댓글에는 미사에 목마른 신자들의 갈증이 잘 담겨 있다.

“미사로 많은 위로와 힘을 얻고 살아왔음을 절실히 느끼고 있어요.”(이 크리스티나)

“미사의 감사함을 요즘 많이 느낍니다. 미사의 은총을 받을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최 스콜라스티카)

“영혼이 격리된 것 같다.”며 미사 금단의 고통을 호소한 이도 있다.

서울대교구 총대리 손희송 주교는 2월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집트에서 빠져나온 모세의 백성은 40년 동안 광야 생활을 하면서 많은 것이 부족하고 결핍된 채로 지내야 했다. 하지만 그 40년은 이스라엘 역사에서 어느 때보다 하느님과 가까웠던 시간이었다”면서 미사가 없는 이 시기가 ‘결핍의 은총’이 되기를 기원했다.

“어쩔 수 없이 당분간 신자들이 미사의 은혜를 입지 못하고 살아야 하지만, 그 시간이 결코 헛된 시간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결핍의 은총’이 가득한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미사에 참여하지 못함으로써 미사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는 시간, 영성체가 얼마나 은혜로운 선물인지를 절절히 느끼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또한, 사제들은 신자 없는 미사를 지내면서 신자들과 함께하는 미사가 얼마나 은혜로운 것인지를 절감하고, 신자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늘어나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백영민·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