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농업 실천하는 가톨릭 농민 직격탄… 코로나 종식만 기도

(가톨릭평화신문)
▲ 가톨릭농민회 전주교구연합회 소속 백보현(효주 아녜스)씨가 대추방울토마토를 수확하고 있다.



“비닐하우스 난방 기름값이라도 벌려면 공판장에라도 가서 토마토를 팔아야 해요. 근데 갈 때마다 정말 속상해요. 친환경 재배를 한 저희 토마토랑 농약을 쳐가며 키운 상품이랑 가격이 똑같아요. 게다가 저희 상품은 씨알이 작다고 잘 안 팔려요. 이래저래 따져보면 결국 제값 절반도 못 받고 팔죠.”



성당 나눔터 휴점으로 헐값에 넘겨

전북 익산에서 20년 넘게 대추방울토마토 농사를 지어온 가톨릭농민회 전주교구연합회 소속 김광희(가롤로)ㆍ백보현(효주 아녜스)씨 부부는 수확 철인 요즘 시름이 깊다. 전국으로 퍼진 코로나19로 농산물 판로가 차단된 까닭이다. 전국 교구가 미사를 중단함에 따라 각 성당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나눔터는 휴점에 들어갔다. 서울대교구 명동ㆍ잠실 나눔터 등 교구 본부 직영 나눔터와 협동조합 나눔터 일부만 문을 연 상태다. 또 학교와 보육시설 개학이 미뤄지면서 급식 재료 납품도 난항을 겪고 있다. 부부는 매달 익산 시내 대부분 학교와 전주, 대전, 서울 학교에 각 200kg씩 토마토를 공급해왔다. 본당인 나바위성지에서 토마토를 팔기도 했는데, 최근 순례자들 발길이 뚝 끊기면서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

부부의 1년 평균 토마토 수확량은 약 6톤. 생산비용은 모종값, 인건비 등 모두 합쳐 2억 원에 이른다. 안 팔리면 고스란히 적자로 돌아오는 상황. 부부는 울며 겨자 먹기로 지역 농산물 공판장에 토마토를 팔 수밖에 없다. 그렇게 팔리는 가격은 3kg 상자 1개당 1만 원 남짓. 평소 2만 원대 가격을 받고 학교에 납품해온 데 비하면, 그 절반에 그치는 실정이다.

부부는 “저희 토마토는 농약 없이 강황에 식초를 섞은 영양제를 투입해 재배해 맛이 참 달다”며 “공판장에서는 이를 알아주지 않고 무게로만 값을 매기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얼른 코로나가 종식되고 농민들이 활력을 찾길 바라는 마음에 새벽부터 저녁까지 집과 비닐하우스에서 기도한다”고 했다.

이 같은 문제가 비단 이들 부부만의 일은 아니다. 코로나19로 1차 농산물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전국 농가들이 걱정을 안고 있다. 특히 가톨릭 농민들은 소농과 가족농 형태로 하느님 창조질서보전을 위해 생명농업을 실천하는 만큼 타격이 더 큰 상황이다. 양계장을 운영하는 가농 광주교구연합회 소속 한 농민은 “닭들이 알을 못 낳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그저 속만 타들어 간다”고 토로했다.



소비 통해 생산자 공동체 아픔 치유

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장 이승현 신부는 “도시와 농촌 교구는 하나로 연결된 식탁공동체”라며 “소비지 교구는 생산지 교구의 어려움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몸 어느 한 곳이 아프면 곧 전신이 아프게 되듯, 농민의 고통 역시 공동체의 고통으로 직결된다”며 “소비라는 모습을 통해 공동체의 아픔을 치유하고 공동선을 실현하자”고 권고했다.

질 좋은 유기농 우리 농산물은 전국 교구 우리농 본부 직영 나눔터와누리집에서 구매할 수 있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