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에세이] 예쁜 성모상 / 조수선

(가톨릭신문)
코로나19로 인한 심리적인 불안 상태로 나날을 보내던 중 성모상 제작 의뢰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분명 시간은 많아졌는데도 좀처럼 흙을 만질 수도, 그림을 그릴 수도 없는 상황이 지속되었습니다. ‘설마 끝없는 불안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걸까?’ 보이지도 않는 작은 크기의 바이러스로 무너져 버리는 일상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많은 사람의 죽음에 가족도 그 누구도 슬퍼할 겨를도 없는 고통의 나날을 보내는 것은 어두운 그림자가 몰려오듯 두려웠습니다.

그때 메신저를 통해 어떤 신부님께서 유튜브로 미사를 같이 드리자는 메시지를 남겨주셨습니다. 신부님 목소리가 유독 힘차게 우렁차게, 움츠려 있던 저를 깨우기 시작했습니다. ‘두려워하지 마라’고 달래주는 것 같았습니다. 작은 소성당 미사는 내 생활의 일부가 되었고 매일 미사가 기다려졌습니다. 미사를 시청하며 하느님께서 주시는 말씀과 함께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다행히도 이 시점부터 성모상 작업도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성모상 제작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되어갈 무렵 성모상을 의뢰하셨던 신부님께서 작업 중인 사진을 보시고는 ‘조금 더 예뻤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성모상을 제작할 때 ‘예쁘게 만들겠다’ 생각은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던 터라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었습니다. ‘예쁘다는 것이 시각적으로 보이는 아름다움일까? 내적인 아름다움일까?’

지금까지 만들었던 성모상을 바라보았습니다. 예쁨보다는 엄격함, 숭고함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거울에 있는 나를 바라봅니다. 오랜 시간 거울 속의 내 모습을 바라보는 건 처음이었습니다.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은 일상에 지쳐있는 사람일 뿐이었습니다. 웃어도 보고 여러 표정을 만들어 봅니다. 그리고 내 주변의 어머니들을 떠올려봅니다.

예쁜 얼굴을 찾기 위해 나 역시 여러 가지 행동을 해 봅니다. 우선 가족에게 따뜻하게 대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화를 내지 않고, 화날 일 있을 때마다 나를 진정시켰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성모상 작업 모습을 보더니 ‘많이 바뀐 것 같다’고 말합니다. ‘뭔지는 모르겠는데 따뜻한 느낌이 드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그때 신부님이 말씀하신 예쁜 성모님은 연예인같이 예쁜 얼굴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조건 없이 베푸는 사랑, 온화함이 가득한 어머님 모습이었습니다. 기쁨도 슬픔도 함께해 주시는 따뜻한 엄마의 모습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위해 오늘도 나를 변화시키려 노력해 봅니다. 나를 내려놓고, 내게 다가오는 일들을 조건 없이 받아들이려 노력해 봅니다.

그리고 질병으로 인해 고통받아 힘겹고 두려운 세상에 생명을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모든 이에게 힘과 지혜를 달라 성모님께 기도를 청하며 오늘도 흙을 떼어 붙여봅니다.





조수선 (수산나ㆍ조각가ㆍ제1대리구 용인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