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생명의 문화를 만들자] 생명을 사랑합시다 (5) 유전자 문제 ③-유전자 편집

(가톨릭신문)

1998년 개봉한 영화 ‘가타카’(Gattaca)에는 인간의 욕망으로 낳은 ‘유전자 차별’ 사회의 모습이 담겨 있다. 영화 속 사람들은 유전자 편집 등으로 성·생김새·질병 발생 가능성 등 모든 걸 조작할 수 있고, 그런 사회에서 갈수록 더 완벽한 조건을 추구한다. 혈액 채취와 소변·지문 검사로 입학과 입사 기회를 부여하고 완벽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철저히 차별한다. 유전자 편집 기술 같은 ‘완벽한 인간’들을 위한 기술은 극도로 개발하지만, 부상이나 장애가 있는 ‘자연스러운 사람’들을 위한 치료법은 개발하지 않는다. 완벽하게 짜인 시스템 속에서 완벽하게 태어난 사람들만 인정하고, 남녀의 사랑으로 자연스럽게 태어난 사람들은 인정하지 않는 사회, 영화 속 유전자 차별 사회의 모습이다.

이렇게 영화 속 ‘유전자 차별’ 사회의 모습은 현실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그 욕망이 유전자 편집 기술과 만나면, 사람들은 유전자 편집 기술을 치료 목적이 아닌 강화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유전자 편집 기술은 초기 단계이지만, 2018년 중국의 허젠쿠이 교수는 유전자 편집 아기를 만들었다고 주장해 세계적으로 비판받았다. 안전성이나 윤리적인 면 등 유전자 편집 기술은 미흡한 상황인데, 이런 상태에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인간에 사용하면 질병 치료는커녕 특정 능력 강화의 목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이에 앞서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도 “일부 사람들은 기억력·병에 대한 저항력·수명 등의 특성을 개선하고자 하는 유혹을 참지 못할 것”이라며 “‘초인류’(superhumans)가 등장하면 경쟁 상대가 되지 않는 사람들은 중요하지 않은 존재가 되거나 멸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러한 유전자 차별 사회에서는 인간의 존엄성이 말살될 수 있다. 유전 정보로 모든 걸 판정하는 사회에서 인간은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닌 도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가 아이를, 개인이 자신을 수단으로 삼을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로마 혼인과 가정 연구를 위한 교황청립 요한 바오로 2세 신학대학원 철학적 인간학 전임 슈테판 캄포스키 교수는 이 문제를 지난해 ‘인간의 욕망과 몸’ 주제 학술대회에서 제기했다. 자녀의 선을 향한 부모의 욕망은 아이를 자신의 관념이나 관점에 따라 설계하려는 형태를 띨 수 있고, 이 욕망은 자녀를 유전적으로 가공하려는 꿈을 불러일으키며 “자녀는 모든 면에서 부모 욕망의 기능이 돼 버릴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캄포스키 교수는 사람들이 자신을 더 우수한 능력을 가진 개체로 강화하려는 욕망에 대해서도 “이 시대는 노력 없이 결과를 얻기 위해 인간적 탁월함을 과학 기술로 대체해 버리려는 강한 유혹을 받고 있다”며 “과학 기술은 우리의 활동과 우리 자신으로부터 우리를 소외시킨다”고 말했다. 만족이 끝이 없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사람을 그 자체로 존중하기보다 ‘더 나은’ 조건을 위한 수단으로 취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유전자 편집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치료에 대한 욕망’과 ‘강화에 대한 욕망’을 잘 구분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위원 이동익 신부는 저서 「생명, 인간의 도구인가?」에서 “유전자 조작 방법이 본연의 목적인 치료나 예방 차원보다는 인간 능력의 개선이라는 차원으로 변질될 수 있다”며 “유전자 치료 방법이 결코 인간 존엄성을 거스르는 방향으로 전개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유전자 치료가 질병 치료 차원에 머물러야지, 그것이 유전적 차별과 변형 방향으로 발전하면 우리 사회는 그 어디에서도 인간의 존엄성을 찾아볼 수 없는 사회로 변질되고 말 것”이라는 지적이다.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남욱 주임과장도 학술 논문 ‘과학 기술이 인간을 진화시키고, 대체할 수 있을 것인가?’에서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만으로는 인간을 완전하게 만들 수도,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도 없다”며 “우리가 과학 기술을 개발하는 근본 이유는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목표를 위해서라면 열등한 사람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유전자 조작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먼저인지, 질병이나 장애가 있어도 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먼저인지를 기술에만 매몰되지 않고 함께 의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